주목받는 영국의 팝 아티스트, 리나 사와야마가 정규 2집을 발매했어요. 리나는 The 1975, Beabadoobee, Pale Waves과 같은 레코드에 소속된 가수로, 데뷔 앨범 [SAWAYAMA](2020)가 빌보드, 뉴욕 타임스, 가디언에서 올해의 앨범으로 선정되는 등 찬사를 받았어요. 그리고 2년 만에 한층 더 다채롭고 탄탄해진 팝 앨범으로 돌아왔습니다.

부제가 ‘Minor Feelings’였다는 이 앨범은 일본계 영국인 여성으로서 겪어왔던 여정을 노래합니다. 어딘가 완전히 소속되지 못하는 느낌, 그래서 체면을 세우고 나 자신을 보호하려고 했던 느낌 등 사소한 줄 알았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았던 감정들을 다뤄요. 그러면서도 프로그레시브 락부터 팝 락, 락 발라드, 컨트리에 이르기까지 역동적이며 신납니다. 특히 나대로 살 수 있다면 지옥도 기꺼이 달려가겠다고 노래하는 ‘This Hell’을 강력 추천해요.

핫한 건 다 있습니다. 세계관을 기반으로 부캐가 모인 3인조 슈게이징 밴드, TRPP가 정규 2집을 발매했어요. TRPP는 작년에 1집을 발매하고 혜성같이 등장한 슈게이징 밴드로 주목받았는데요. JTBC 드라마 <구경이>에 OST로 삽입되며 이름을 알리기도 했어요. 멤버들은 이미 국내 인디씬에서 활약 중이었던 윤지영, 정봉길, 강원우를 닮았지만 본인들은 아니라고 하네요. 일본에서 라멘집 계승을 포기하고 온 일본인 후루카와, 떠돌이 생활에 지쳐버린 중국계 프랑스인 치치, 모든 게 가상현실이라 믿는 엘리펀트999로 구성되었다고.

이번 앨범 역시 슈게이징의 정석적 요소를 모두 갖췄어요. 지글지글 노이즈가 잔뜩 낀 것 같은 사운드, 지저분하지만 시원하게 울려 퍼지는 기타가 들려옵니다. 몽롱하게 부유하는 두 보컬의 음색도 묘미예요. 듣다 보면 지난주에 발매된 앨범 같지 않고, 옛날 노래 디깅하다가 발굴한 앨범처럼 느껴집니다. 빛과 소금을 오마주한 커버도 빈티지함을 한층 더해줘요. 곧 서늘해질 날씨에 듣기에도 참 잘 어울릴 것 같은 앨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