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 춘천에서 열린 '2023 상상실현 페스티벌'에 다녀왔습니다! 다녀온 분들 있으신가요?👋

상상실현 페스티벌은 작년 레터에서도 소개했던 곳입니다. 첫 방문에 좋은 기억으로 남아 올해 재방문했어요. 그리고 이번에도 대만족. 균형 있게 알찬 라인업, 춘천의 아름다운 자연과 쾌적한 실내 공간, 깔끔한 운영까지 중요한 요소를 고루 갖춘 페스티벌이었습니다. 모든 공연이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실리카겔이 "오늘 비 온다고 했는데… 저희 밴드 이름이 실리카겔이잖아요. 저희가 비를 막은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고 5분 뒤 비가 쏟아졌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하지만 그래서 더 장관이고 꿀잼이었답니다.🤘

국내 페스티벌은 수도권에서 열리는 경우가 많죠. 생각해보면 저도 올림픽공원, 난지한강공원,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페스티벌 위주로 가곤 했어요.🤔 조금 나가면 송도, 지산, 서울랜드 정도였습니다. 근데 확실히 수도권 밖 페스티벌에 가보면 그 지역만의 분위기가 녹아들어 고유한 정체성과 낭만, 다양성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춘천에서 열리는 상상실현 페스티벌, 철원에서 열리는 DMZ 피스트레인 페스티벌, 부산에서 열리는 부산국제록페스티벌처럼요.

최근 가수 조승연(WOODZ)이 "낭만을 찾으려면 귀찮음을 감수해야 한다"며, 본인은 한 달에 한 번씩 '굳이데이'를 정해 '굳이' 소리가 나오는 일을 한다고 말했던 게 인상적이었는데요. 그런 마음으로, 그리고 다양한 로컬 페스티벌의 롱런을 바라는 마음으로 먼길 마다않고 페스티벌을 다녀야겠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상상실현 페스티벌처럼 매력적인 곳이라면 더더욱이요.😘

블러가 스페인에서 팬들을 위한 깜짝 무료 공연을 선보였습니다.

6월 8일, 블러는 '프리마베라 사운드(이하 프리마베라)' 페스티벌에서 헤드라이너를 장식할 예정이었습니다. 올해 프리마베라는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에서 라인업을 공유하며 2주간 열렸는데요. 첫째주 바르셀로나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둘째주 마드리드 공연을 앞두고 있었어요. 그런데 하루 전날인 7일, "최근 몇 주 동안 지속된 악천후가 페스티벌의 사전 제작에 영향을 미쳤다"라며 공연이 취소됐습니다. 또한 "오후에 폭풍우가 예상된다"는 이유로 블러를 포함해 할시, 고스트, 야드 액트 등 여러 아티스트의 공연이 취소됐어요.

그러자 페스티벌 주최 측과 블러는 대체 공연을 발표했습니다. 바로 마드리드 내 공연장을 대관했고, 원래 블러가 프리마베라 무대에 오를 시간이었던 6월 8일 저녁에 블러의 단독 공연을 열었어요. 공연은 프리마베라 티켓 소지자만 볼 수 있게 했습니다. 프리마베라 티켓이 있다면 무료로 입장할 수 있었어요.

공연은 22곡의 셋리스트로 2시간 가까이 진행됐습니다. 'Song 2', 'Girls & Boys', 'Coffee & TV' 등 블러의 대표 인기곡은 물론, 7월에 발매될 정규 앨범의 수록곡 'St. Charles Square', 'The Narcissist'도 공연의 시작과 끝에 들려줬어요. 팬들 사이에선 1집 수록곡 'Sing'을 10년 만에 라이브로 들려줬다는 사실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셋리스트엔 1집부터 6집까지 비교적 다양하게 포함했지만 역시 [Parklife] 앨범의 비중이 7곡으로 가장 컸어요.

공연이 열렸던 라 리비에라(La Riviera) 공연장은 예스24 라이브홀과 비슷하게 약 2,500명을 수용하는 규모였는데요. 갑작스러운 준비에 무대엔 악기와 조명밖에 없어 조촐했지만, 가까이서 친밀한 분위기로 라이브를 즐길 수 있게 되어 팬의 입장에서는 더 좋았을 지도 모르겠네요.

한편 90년대 브릿팝 아이콘인 영국의 4인조 밴드 블러는 작년 11월 활동 재개를 선언했습니다. 오는 7월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양일 공연을 개최하며, 올여름 덴마크·프랑스·이탈리아·벨기에 등 유럽 곳곳의 페스티벌에 출연해요. 8월에는 일본 '섬머소닉' 페스티벌에 헤드라이너로 오릅니다. 지난달엔 8년 만에 신곡 'The Narcississt'를 공개하기도 했는데요. 곧 7월 21일에 9번째 정규 앨범 [The Ballad of Darren]을 발매합니다.

이번 공연은 조니 미첼이 20년 만에 여는 단독 콘서트였습니다. 조니는 2015년 뇌혈관이 부풀어 오르는 뇌동맥류를 진단받아 말하고 걷기도 어려울 정도로 건강이 안 좋았다고 하는데요. 꾸준히 치료를 받으며 회복한 후, 작년 8월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Newport Folk Festival)에 사전 예고 없이 깜짝 출연해 모습을 드러냈어요. 브랜디 칼라일의 무대에 올라 'Both Sides Now'를 함께 불렀습니다. 이후 조니는 "무대에 더 오르고 싶다"라고 의사를 밝혔어요.

그로부터 1년 뒤인 올해, 브랜디 칼라일의 기획 공연 'Echoes Through The Canyon Festival'의 일환으로 3일 중 하루 조니 미첼의 단독 공연이 열리게 됐습니다.

올해로 79세를 맞이하는 조니는 3시간 동안 24곡을 완창했어요. 'Big Yellow Taxi'를 첫 곡으로 시작해 대표 명곡 'A Case of You', 'Both Sides Now', 'California'을 모두 들려줬습니다.

'Shine'에서는 관객들의 플래시 이벤트를 보고 조니는 "관객들의 불빛은 어디서 준비된 건가"라고 물었고, 브랜디가 핸드폰 플래시라고 알려주자 놀라고 감동하는 반응을 보였어요. 이제 매사의 양면을 보게 됐지만 아직 인생을 잘 모르겠다고 노래하는 'Both Sides Now'를 부를 땐 투병하며 겪었던 마음을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병으로 많은 걸 잃었지만, 또 하루하루 살아내며 얻은 것도 있다"라고 전했어요.

공연은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외곽의 원형극장에서 진행됐어요. 각종 매체에서 '최고의 야외 콘서트장'으로 선정되었던 조지 앰피시어터(Gorge Amphitheatre)에서 열렸습니다. 총 2만 5천 명의 관객을 동원했어요. 무대는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조니의 자택을 본떠 소파, 반려동물 사진 액자 등을 배치해 아늑한 분위기로 꾸몄다고 하네요.

조니 미첼은 수십 년간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싱어송라이터'로 꼽혀온 뮤지션입니다. 사색적이고 자기 고백적인 가사가 특징이며 테일러 스위프트, 라나 델 레이, 로드 등 많은 여성 싱어송라이터가 조니 미첼의 영향을 받았다고 언급했어요. 프린스, 제임스 블레이크, 해리 스타일스도 꾸준히 그의 곡을 커버하는 등 뮤지션들의 뮤즈 자리를 지켜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