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9일 토요일 오후 7시. 마룬 파이브(Maroon 5), 슬로우다이브(Slowdive), 슬래쉬(Slash)의 내한이 한 날 한 시에 열렸던 2024년 내한 대첩(?)의 날. 슬래쉬 내한공연에 다녀왔습니다. 페스티벌 라이프 인스타그램 스토리에서 투표가 진행되기도 했는데, FAPER 구독자분들은 어디에 다녀오셨나요? 작년 11월 티켓팅 후 <내 맘속 레전드 라이브>로 슬래쉬의 'Anastasia'를 소개했는데, 한 해를 넘어 마침내 공연장에 오게 되었어요. 공연 하나를 예매해두면 그때까지 살아갈 힘을 얻는 것. 저만 이런 거 아니죠?

대기 음악으로 'Enter Sandman', 'Back in Black' 등 락덕이라면 참을 수 없는 노래들이 나와 공연 전부터 다 함께 떼창하며 기다렸습니다. 오프닝 밴드 썬더스(Thunders)의 무대를 지나 예정된 시간이었던 7시보다 살짝 일찍 등장한 멤버들! 지난 세월과 나이가 무색할 만큼 엄청난 가창력과 파워풀한 연주에 넋을 놓고 볼 수밖에 없었어요. 기타의 신답게 혜자로운 피크 뿌리기가 이어졌는데 안타깝게도 하나도 받지는 못했습니다.

공연의 클라이맥스는 'Fill My World'에서 팬들이 준비한 ‘SMKC FILL MY WORLD’ 슬로건 이벤트였어요. (SMKC: Slash, Myles Kennedy & The Conspiratiors) 이벤트를 본 보컬 마일스 케네디는 손하트와 반쪽 하트(!)까지 만들어주며 감동을 표했고, 멤버들의 얼굴에도 흐뭇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답니다. 그리고 가장 어려운 악기 중 하나라는 페달 스틸 기타를 슬래쉬가 연주했던 'Rocket Man' 커버도 너무나 아름다웠어요. 락 스피릿과 함께 사랑이 가득 찼던 공연이었습니다.

지난번 내한에서도 퇴근길 팬 서비스는 없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공연이 끝난 후 사인을 받기 위해 퇴근길을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밴을 타고 슝 가버려 '역시나…' 하고 있었는데, 지난주 레터에서 전해드린 바와 같이 아카데미 시상식에 공연을 하러 가셨더라고요. 슈스의 삶이란 이런 것일까요. 하지만 아카데미 시상식이라면… 퇴근길 칼퇴도 인정입니다!

3월 20일 오늘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며 본격적으로 봄이 시작된다는 춘분입니다. 아직 봄 치고는 쌀쌀하지만, 봄 날씨가 되기 전 플레이리스트를 미리 충전해두면 좋으니까요. 춘분을 맞아 FAEPR 에디터들이 봄에 들으면 좋을 노래를 추천합니다. 

• 🐳 Vampire Weekend - Harmony Hall
  봄을 맞아 만개하는 생명력을 노래로 만들면 이 곡이 될 것 같습니다. 도입부의 따뜻한 기타 리프부터 피아노, 드럼이 말 그대로 하모니를 이뤄요.

• 🐳 RAYE - Worth It.
  한 해의 시작은 겨울이지만, 계절에서 봄을 먼저 세는 것은 그만큼 봄이 새로운 시작과 잘 어울리는 계절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새로운 시작과 함께 그동안의 시간이 ’worth it’하길 바라는 설렘이 전해집니다.

• 🥁 빌리어코스티 - 봄날에 눈이 부신
  따뜻한 봄바람이 불 때쯤이면 늘 이 노래가 생각납니다. 청량한 멜로디에 포근한 빌리어코스티의 보컬이 매력적인 곡이에요. 가벼운 옷차림과 함께 산책하며 즐겨주세요.

• 🐤 feng suave - venus flytrap
  전주부터 봄의 기운이 물씬 풍기는 노래예요. 사랑하기 때문에 죽어도 상관없다는, 파리지옥에 갇힌 한 벌레의 서글픈(?) 세레나데를 들어 보세요.

• 🐤 andy shauf - the magician
  봄은 봄인데 이제 '춘곤증'을 한 스푼 곁들인, 어딘가 봄철의 나른함이 느껴지는 곡입니다. 후렴구 '뚜루루루'의 잔상이 한동안 짙게 남아요.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되는 대형 뮤직 페스티벌, 롤라팔루자 시카고가 풍성한 2024년 라인업을 발표했습니다. 

헤드라이너는 작년보다 한 팀이 추가돼 총 아홉 팀이 발표됐습니다. 먼저 시저(SZA)가 지난주 발표된 일본 후지록페스티벌, 영국 글라스톤베리 페스티벌에 이어 롤라팔루자에서도 헤드라이너를 맡았어요. 또한 최근 베스트앨범 [Rebel Diamonds] 발매 후 영국 앨범 차트 1위를 기록, 동시에 1집 [Hot Fuss]의 발매 20주년을 맞아 활발한 공연을 이어나가는 밴드 더 킬러스(The Killers)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작년 영화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의 사운드트랙을 총괄한 힙합 프로듀서 메트로 부민(Metro Boomin)과 그의 파트너인 래퍼 퓨처(Future)도 출격. 스크릴렉스(Skrillex)는 10년 만에 롤라팔루자로 돌아왔으며, 대표곡 'Take Me To Church'로 유명한 싱어송라이터 호지어(Hozier)도 헤드라이너로 등장해요. 

특히 헤드라이너로 출연하는 국내 케이팝 그룹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가 주목할 만합니다. 스트레이 키즈는 작년 롤라팔루자 파리에서 헤드라이너로 공연했고, 최근까지 영미권을 중심으로 해외에서 탄탄한 인기를 구가하는 팀인데요. 올해 롤라팔루자 시카고 첫 출연과 동시에 헤드라이너를 맡았어요. 작년 헤드라이너였던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에 이어 헤드라이너를 맡은 국내 아티스트가 되었습니다. 

허리 라인업 역시 읽기 어려울 정도로 빽빽합니다. 스트레이 키즈와 함께 케이팝 그룹 아이브(IVE)도 라인업에 포함되었고요. 올해 브릿 어워드에서 6관왕을 휩쓴 영국 싱어송라이터 레이(RAYE), 작년 'Idol'로 전 세계적 히트를 기록한 요아소비(YOASOBI), 오는 5월 서울재즈페스티벌로 한국을 찾는 밴드 정글(Jungle)과 아이슬란드 싱어송라이터 라우페이(Laufey)도 눈에 띕니다. 그 밖에도 Conan Gray, Reneé Rapp, Zedd, Dominic Fike, Faye Webster, Victoria Monet, Teddy Swims, Two Door Cinema Club, Sir, Kesha, Tyla, Flo, Romy 등 총 170여 팀의 아티스트가 8개 스테이지에서 공연을 펼칩니다. 

롤라팔루자는 미국 시카고를 거점으로 프랑스·브라질·아르헨티나·칠레·독일 등 각국에서 열리는 대형 페스티벌 브랜드입니다. 오는 롤라팔루자 시카고는 8월 1일부터 4일까지 시카고 그랜트 파크(Grant Park)에서 개최됩니다. 

- 부지런한 락덕 베짱이 ryn🌿

올해 한국대중음악상 3관왕에 빛나는, 요즘 가장 핫한 밴드 실리카겔! 작년에 두 번째 정규 [POWER ANDRE 99]를 냈는데요. 음악만큼이나 앨범 커버도 특별하더라고요.

만화의 한 장면 같은 앨범 아트는 실리카겔의 지난 싱글 ‘Mercurial’(손), EP ‘Machine Boy’(눈), 그리고 싱글 ‘Tik Tak Tok’(귓속)의 아트에서부터 이어져 결국 ‘Machine Boy’가 누구인지 보여줍니다. ‘Mercurial’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금속성의 질감에서부터 확장해 현재의 이미지와 세계관으로 이어졌다고 하는데요. ‘Machine Boy’ 세계관과 차갑고도 우주적인 사운드, 멋진 아트워크가 조화를 이루어 감상을 더욱 풍부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아트워크는 캘리포니아 기반 아티스트 Daylen Seu가 작업했어요. Daylen은 호러 망가에서 영감을 받곤 한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오싹하고 서늘하면서도 매력적인 이미지가 탄생한 것 같습니다.

수록된 곡들 중 개인적으로는 기타 리프가 예술인 ‘Realize’와 중반부 피아노가 신선했던 ‘Machineboy 空’이 좋았답니다. 여러분의 최애 수록곡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