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이름에서부터 음악적 성격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팀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음악을 들어봤을 때 밴드 이름과 음악의 이미지가 일치하면, 그 작명의 유래가 직관적으로 납득되곤 하죠. 대표적인 사례가 '자줏빛 숲에 내리는 비'라는 뜻으로 이름 붙인 자우림(紫雨林)이 아닐까 싶은데요.

이 밴드를 접했을 때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지나간 것을 비추는 듯한, 옛날 가요를 듣는 듯한 아련함이 배어 있었거든요. 하지만 그 정서를 근간으로 삼고 있을 뿐 소위 말하는 '레트로'의 문법을 따르지는 않고, 오히려 잼처럼 자연스럽고 세련된 소리로 풀어내 기억에 남았던 팀입니다. 강전호, 하범석, LAKOV, 유병현으로 구성된 4인조 밴드 고고학이 첫 정규 앨범 [VOL.07]을 발매했어요. 오늘 발매된 따끈따끈한 새 앨범입니다.

EP로 발매되었던 '환청'과 '파도'가 그랬듯, 이번 앨범에서도 우연히 흘러나온 흥얼거림을 포착해 리프로 발전시킨 듯한 '우물', '감'의 매력적인 선율이 귀를 사로잡습니다. 'Trauma', '광야'처럼 한층 락킹해진 사운드로 힘 있게 몰아치는 전개도 돋보여요. 특히 후주가 길게 이어지며 여운을 증폭시키는 방식이 특징적인데요. 아롱거리는 건반 소리와 유려한 기타가 쌓여 촘촘한 레이어를 들려줍니다. 보컬은 제법 서정적인 발라드 보컬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과하게 감성적이지는 않아 적절한 담백함이 유지돼요.

고고학은 2024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의 신인 밴드 발굴 프로젝트 '루키즈 온 더 부락'에서 최종 3위를 차지, 이후 먼데이 프로젝트와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등 여러 국내 공연에 출연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요. 오늘 1집을 듣고 나니, 앞으로 라인업에서 더 자주 발견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 추천곡 : 우물, Trauma, 광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