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아티스트를 보러 페스티벌에 갈 때도 많지만, 현장에서 새로운 음악을 라이브로 알아가는 것이 페스티벌의 묘미이기도 하죠. 그런 면에서 여기는 일단 믿고 가면 좋은 뮤지션들을 소개해 주는, 이틀 동안 '아시아 음악'의 멋짐을 최대치로 선사하는 페스티벌이 아닐까 싶은데요. 작년 첫 개최에 이어 올해도 성공적인 2회차를 연 아시안 팝 페스티벌(이하 아팝페)에 다녀온 후기를 공유합니다.💛💥

이동할 때 보이는 호텔 로비와 샹들리에… 호캉스를 즐기는 여유로운 시민들 속 땀 흘리는 덕후 차림… 클래식이 흘러 나오는 넓은 화장실 등… 작년까지만 해도 이렇게 화려하고 청결한 호텔에서 페스티벌을 즐긴다는 사실이 조금 어색하여 헛웃음이 나오곤 했는데요. 2회차라고 그새 적응되어 올해는 보다 준비된 자세로(?) 호텔 시설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만끽하기 좋게 올해는 개최 장소인 파라다이스시티 시설과 연계 이용할 수 있는 부분도 확대됐어요. 페스티벌 기간 중 아팝페 입장 팔찌를 제시하면 호텔 플라자 내 음식점과 스파 등 대부분의 시설을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입소문을 탔는지 작년보다 관객이 많아진 모습이었는데, 그럼에도 혼잡함은 없었습니다. MD, F&B 부스를 외곽에 분산 배치하여 동선이 뭉치지 않고 안정적으로 정리됐어요.

아팝페의 음악적 특징이라고 한다면 역시 다양한 아시아 음악으로 구성된 라인업과 4개 스테이지입니다. 공연을 보다 보면 '진짜 이런 팀들은 어떻게 찾고 데려오셨지?' 싶어졌는데요. 한국에서 만날 수 있어 반가운 팀도 있었지만, 사전정보 없이 전혀 모르는 상태로 공연을 봐도 금세 즐기게 되는 무대가 많았습니다. 대중적으로 조금 덜 알려졌더라도 개성 있는 아티스트를 소개해준다는 점이 아팝페만의 강점으로 자리 잡은 듯했고, 앞으로도 이 기조가 유지되길 바라게 됐어요. 올해는 작년보다 더 열심히 돌아다니며 4개 스테이지를 모두 갔는데, 여러 스테이지의 공연을 고루 보니까 새삼 다양한 장르로 구성되었다는 사실이 크게 체감됐습니다. 스테이지별 분위기가 확연히 다른 것도 또 다른 매력인데요. 올해 처음 입장해본 크로마 스테이지는 또 다른 지하 세계에 진입한 듯 화려한 조명 아래 전자음악, 힙합에 심취…할 수 있었습니다.

인상 깊었던 공연을 꼽아보자면, 우선 가장 발견이었던 팀은 중국 밴드 하이퍼슨(Hiperson)이었습니다. 영화 대사처럼 몰입감을 확 끌어올리는 내레이션, 전통 악기의 신비로운 선율, 화염처럼 용솟음치는 거친 기타 연주와 퍼포먼스까지, 현장 관객들도 순식간에 공연에 빨려 들어가 분위기가 매우 열광적이었어요.

활동 30년 차가 되어가는 일본 재즈 밴드 에고 랩핑(EGO-WRAPPIN')의 무대는 오래된 위스키나 와인처럼 그윽한 숙성의 향기, 음악 그 자체가 되어버린 듯한 탄탄한 내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여름을 머금은 듯한 밴드 요기 뉴 웨이브스(Yogee New Waves)가 공연할 때는 물감을 칠한 듯 새파란 하늘 아래 그야말로 '조온습'이 완벽했고요. 개인적으로는 기대했던 일본의 2인조 그룹 비알리스톡스(Bialystocks)가 무척 좋았습니다.🥹 음원으로 들었던 것보다 훨씬 능수능란한 보컬 테크닉과 풍부한 사운드를 선보여서 반전이었어요. 국내 인지도가 아직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닌 것 같은데, 나중에 혹시 관람할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그 외에도 첫날부터 강렬한 스크리모와 '월 오브 데스'를 보여줬던 할로우잰, 바삭한 비트와 담백한 보컬의 조화가 재밌었던 토푸비츠(tofubeats), 크로마 스테이지에 찰떡이었던 키라라, 명상이나 요가를 하는 것처럼 마음이 깨끗해졌던 메이 에하라(mei ehara)의 무대도 좋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날씨는 신의 한 수였습니다. 금요일까지 폭우가 내렸다는데, 다행히도 토요일에는 낮에만 잠깐 미스트 같은 비가 흩날리다 그쳤습니다. 흐렸지만 오히려 뛰어놀기에는 딱 좋은 시원한 날씨였어요. 저녁에는 핑크빛 노을로 물드는 아름다운 풍경까지 볼 수 있었습니다.🌆 둘째 날에는 땀이 날 정도로 덥지는 않으면서도 파랗고 화창한 날씨였어요.

이틀 동안 즐기다 보니 아쉬웠던 점도 일부 존재했는데요. 첫째 날엔 실내 루빅 스테이지의 입장 제한이 오래 걸려 있어 포기한 공연들이 있었습니다. 꼭 보고 싶은 공연이 루빅 스테이지에 배정되었다면 최소 1시간 전에는 미리 여유 있게 가야겠다는 팁을 체득했어요. 다른 스테이지에 입장할 때마다 계속 가방을 열고 짐 검사를 해야 한다는 점도 번거로웠으나, 지침상 감수할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아팝페에서 빠르게 공연을 챙겨보길 원한다면 가방 없이 자유롭게 몸만 다니시길 추천.

아팝페는 작년과 올해 모두 양일권을 예매해 다녀왔는데, 내년에도 블라인드 티켓으로 양일권을 예매할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습니다. 쾌적한 시설에서 음악에 집중하며 새로운 아티스트를 발굴하는 맛을 좋아하신다면 아마 취향 저격일 페스티벌, 오래 다니기 위해 더 널리 추천하고 다녀야겠습니다. 다녀오신 분들은 어떤 공연이 좋으셨는지도 궁금해지네요!

- 부지런한 베짱이 ryn🌿

📺 <슈퍼 스테이지: 콜드플레이 글래스톤베리 2024> 방송

📅 2025년 6월 26일 (목) 밤 12:05 / MBC

이번 주 목요일에서 금요일로 넘어가는 밤 12시 5분, MBC에서 콜드플레이의 2024 글래스톤베리 공연이 방송됩니다. 'Adventure of a Lifetime', 'Paradise', 'Yellow', 'Viva la Vida' 등 대표곡을 포함해 약 16곡이 방영될 예정이에요. 셋리스트는 올해 내한 공연으로 개최되었던 투어와는 약간 다른 구성이고, <백 투 더 퓨처> 시리즈의 주연 마이클 J 폭스의 깜짝 출연으로 화제가 되었던 합동 무대 또한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콜드플레이는 이 공연으로 글래스톤베리 헤드라이너 무대에 다섯 번 올라, 사상 최대 헤드라이너 신기록을 세웠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