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만 가도 일본 로컬 페스티벌 느낌의 라인업을 맛볼 수 있는 곳. 제이팝 인기의 흐름을 타고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성공적으로 개최된 '원더리벳 2025'에 다녀왔습니다. 올해 페스티벌라이프는 원더리벳에 미디어 파트너로 참여해 무대 뒤에서 여러 아티스트 인터뷰를 담았고, 해당 콘텐츠는 이번 주 인스타그램에 순차적으로 업로드되고 있는데요...!👀 일반 관객으로 방문할 때만큼 다양한 무대를 챙겨보지는 못 했지만, 3일 동안 틈틈이 관객석에 섞여 공연을 즐겼습니다.

우선 라인업은 작년과 거의 겹치지 않았습니다. 화제성 있는 뮤지션 아노·무라사키 이마, 많은 일본 밴드들이 롤모델로 꼽는 뮤지션들의 뮤지션이자 레전드 밴드 범프 오브 치킨, 탄탄한 현지 국민 아티스트 이키모노가카리·스키마스위치, 아이돌 그룹 큐티 스트리트, 그리고 한국에서 오래 사랑받아온 밴드 스파이에어 등 고르게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덕분에 3일 내내 관객이 꾸준히 많았어요. 특히 금요일 헤드라이너가 높은 위상을 자랑하는 범프 오브 치킨이었던 덕분인지, 일반적으로 주말에 정점을 찍는 다른 페스티벌들과 달리 체감상 금요일이 가장 붐볐습니다. 범프를 보기 위해 일부러 일본에서 원정 온 팬도 많았고요. 올해 범프의 첫 공연이자 유일한 무대였던 만큼 팬들의 기대감이 매우 컸던 것 같습니다.

요일별로 좋았던 공연을 간단히 꼽아보면, 금요일에는 역시 헤드라이너였던 범프 오브 치킨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60분간 촬영 금지로 진행되어 몰입도가 높았고, 오랜 시간 이들을 기다려온 국내 팬들의 떨림과 감동이 공연 내내 공기 중에 퍼져 있었어요. 여전히 멋진 밴드맨의 정석과 같은 모습으로, 여전히 푸르른 선율을 진심 담아 안정감 있게 연주하는 공연이었습니다. 첫 날 낮에는 날 것의 기타 선율을 필두로 러프하면서도 따뜻한 무드를 동시에 자아낸 마카로니엔피츠의 공연도 빼놓을 수 없었고요. 토요일에는 산뜻하고 나른하지만 그 안에 강한 울림이 있었던 키린지, 라이브 내내 완숙한 내공과 연륜이 묻어났던 스키마스위치의 공연이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만족스러웠습니다. 그중에서도 스키마스위치의 '全力少年(전력소년)'에서는 한국어 번역 자막을 띄우는 감동 치트키까지 등장해 울컥했네요. 

일요일에는 지난 5월 서울재즈페스티벌에서 이미 훌륭한 공연을 보여줬던 펜트하우스가 다시 한 번 '음악 천재 집단' 같은 연주 실력과 풍성한 라이브를 들려줬습니다. 쉴 틈 없이 고난이도 연주와 퍼포먼스를 쏘아 붙이며 세 명으로 무대를 꽉 채웠던 유니즌 스퀘어 가든의 무대에서는 입덕 위기를 경험했고요. 일요일 밤의 대미를 장식한 스파이에어 역시 국내 인지도를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관객과 뜨거운 분위기 속에서 무대를 마무리했습니다. 새로 영입된 스파이에어 보컬 요스케는 가끔 당황스럽게 끼를 부리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긴 했지만, 2023 부산국제록페스티벌에서 봤을 때보다 더 팀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모습이었어요. 'サムライハート(Some Like It Hot!!)'에서 모두가 타월을 흔들던 장면은 말 그대로 장관이었고, 오렌지색 야광봉이 격하게 소용돌이쳤던 'Orange' 무대도 아름다웠습니다.

푸드존은 작년 한두 개 부스가 일식집처럼 생생하게 꾸며져 있었는데, 올해는 그 감각이 아예 푸드존 전반으로 확장되어 있었습니다. 다른 페스티벌에서도 볼 수 있는 야끼소바뿐 아니라, 치킨난반·규동·초밥·나폴리탄 파스타·메론크림빵·피카츄 돈까스 등 페스티벌 콘셉트에 맞춘 메뉴 구성이 꽤 인상적이었어요. 

또 작은 포인트지만 눈여겨보게 된 게 하나 있었다면, 대기 시간마다 전광판에 브랜드 광고보다는 각종 제이팝 공연 소식과 음악 관련 정보가 주로 나왔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쉬어가는 시간에도 음악 중심의 콘텐츠가 나오니 페스티벌의 흐름과 세계관이 더 잘 살아났어요. 기다리는 시간도 덜 지루했고, 일회성 페스티벌에 그치지 않고 이후로 쭉 이어지는 큰 음악적 흐름으로 다가와 좋았습니다. 추가로 MD는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인 일러스트 캐릭터 '빤쮸토끼'와의 콜라보도 센스 있었어요.

작년에는 “제이팝이 유행하니 이런 페스티벌도 등장했구나” 하는, 다소 관찰자적인 호기심으로 처음 체험해보는 단계였습니다. 이제 막 씨를 뿌린 시기였던 만큼 향후 정착 여부를 판단하기엔 이른 감이 있었고요. 그런데 올해 2회차를 지켜보니, 규모와 운영 전반에서 서서히 안정적인 방향으로 자리 잡아가는 조짐이 느껴졌습니다. 일정 기간 지속 가능한 흐름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엿보였달까요. 제이팝 마니아가 반갑게 모이는 장이지만, 동시에 꼭 제이팝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즐길 수 있는 페스티벌이어서 더욱 그랬습니다. 지난 주말 다녀온 분들은 어떤 공연이 가장 좋았는지, 그리고 올해 범프 오브 치킨이 그랬던 것처럼 내년 원더리벳에서 만나게 될 뜻밖의 밴드는 누가 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네요! 

- 부지런한 베짱이 ry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