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PER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3월부터 새로운 에디터로 활동하게 된 Ash입니다. 

 저는 작년 이맘때 캐나다 밴쿠버에 있었는데요. 어딜 가든 제 취향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LP들을 마음껏 구경할 수 있는 레코드 샵도 많아 덕후로서 삶의 질이 수직상승 했던 곳이었습니다. FAPER 구독자 여러분 모두 좋아하실 도시 같아요. 4월이 되니 추적추적한 겨울의 기운이 완전히 가신 아름다운 밴쿠버의 봄이 그리워지네요. 사진은 한 대학교 서점에서 팔던 페스티벌 생존 키트! 요즘 딱 페스티벌 가기 좋은 날씨라 페스티벌 생각이 더 간절해지고 있어요. 페스티벌은 항상 날씨, 숙박, 교통 등등 항상 크고 작은 사건 사고와 함께했는데 이 생존 키트와 함께 페스티벌 정복하러 가는 날이 다시 오기를 바라봅니다.

 - 4월이라 밴쿠버와 페스티벌이 더 그리워진 Ash❄️

 폴맥경의 신보입니다. 엄밀히 말해 완전 새 앨범은 아니고, 작년 12월에 발매됐던 [McCartney III]를 재해석한 앨범이에요. 다양한 뮤지션들이 리믹스와 커버로 참여했는데, 라인업이 심상치 않습니다. 벡, 데이먼 알반, 에드 오브라이언, 크루앙빈, 피비 브리저스, 세인트 빈센트, 블러드 오렌지, 도미닉 파이크, 앤더슨 팩까지. 페스티벌 하루 라인업이라 해도 믿겠어요. “뭘 고를지 몰라 다 준비했어, 이 중에 너 취향 한 명쯤은 있겠지”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레전드 밴드 멤버와 신예 뮤지션이 고루 담겨 있어요.

 폴 매카트니의 큐레이션도 놀랍지만, 참여한 뮤지션 모두 본인만의 색깔을 완벽히 녹여냈다는 점에서 인상적인 앨범이에요. 그만큼 장르도 다양하고, 흡사 컴필레이션 앨범 같기도 합니다. 원곡과 얼마나 다른지 비교해가며 듣는 것도 재밌는 포인트예요. 크루앙빈의 신비로운 연주, 도미닉 파이크의 개구진 보컬을 듣다 보면 이게 원래 어떤 노래였던가 가물가물합니다. 특히 웅장한 성당의 울림으로 시작해 신성한 목소리로 채워지는 피비 브리저스의 ‘Seize The Day’가 압권이에요.

추천곡: Pretty Boys, Seize The Day, Slidin’ 

 음반, 티켓, 굿즈까지, 덕질을 하다 보면 종종 드래곤볼이라도 모으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중 내게 모으는 재미가 가장 큰 건 최애밴드의 핀버튼이다. 국내밴드 쏜애플이 단독공연마다 빼놓지 않고 유료관객 전원에게 증정하는 핀버튼으로, 공연의 콘셉트가 되는 아트워크를 담고 있다.

 나는 2014년부터 총 스무 개의 핀버튼을 모았다. (당연히 공연 관람이 주목적이지만, 10개를 넘어가는 순간부터 슬슬 핀버튼 수집에도 욕심이 생긴다!) 찬찬히 들여다보면 지난 공연의 기억이 꽤 생생하게 떠오른다. 한 움큼 떼어온 현장의 일부 같다. 디자인만 놓고 봐도 예쁘다. 가방에 붙이고 다녔던 적도 있으나, 한 번 떨어지는 걸 본 뒤로 패브릭 포스터에만 붙여뒀다. 5×5 배열의 완성이 괜히 기다려진다.

 핀버튼을 보면서 실감한다. 어른어른 더듬을 수밖에 없는 공연의 기억을, 만져지고 보이는 확실한 물질로 추억할 수 있다는 게 꽤 소중하다는 걸. 물건 하나가 무수한 감각과 기억을 압축해서 담아낼 수 있다는 게 새삼 특별하게 느껴진다. 그 순간에 있었다는 걸 증명하는 증표 같기도 하다. 매년 신규 핀버튼이 꼭 서너 개씩 들어왔는데, 작년부터 그 속도가 급감해서 그게 조금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