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상반기의 큰 이벤트 중 하나, 해리 스타일스 내한 공연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작년에 티켓팅을 했는데 벌써 일주일도 남지 않았네요!

내한 공연은 셋리스트를 미리 알 수 있다는 특징이 있죠. 대부분 투어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투어 내내 같은 구성을 유지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저는 지난주부터 setlist.fm을 통해 해리의 투어 셋리스트를 예습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내한 공연에 가기 전 셋리스트를 미리 찾아보는 편인가요?

저는 전곡을 줄줄이 꿰고 있는 최애 아티스트의 공연이라면 굳이 예습하지 않고 스포를 피합니다. 모르고 있다가 현장에서 선물처럼 만나게 되는 순간이 짜릿하고 좋아서요. 하지만 모르는 곡이 꽤 있는 아티스트의 경우 꼭 셋리스트를 찾아보고 갑니다. 좋은 노래는 모르고 들어도 좋겠지만, 그래도 더 알차게 충분히 즐기지 못하고 흘려보내는 것 같아 아쉬울 때가 있더라구요. 제게 해리는 후자에 해당되기 때문에, 플레이리스트 만들어두고 돌려 들으며 기대감으로 예열하는 중입니다.

이것도 성향에 따라 답변이 갈리는 질문인 것 같아요. 내한 공연 갈 때 예습을 한다, 안 한다. 여러분은 어떤 스타일인가요?

- 물 흐르듯 살고 싶은 조로록🐳

현지시간으로 3월 12일, 제95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하 아카데미)이 열렸습니다. <탑건: 매버릭>, <아바타: 물의 길> 등 작년에 개봉했던 굵직한 화제작이 총출동해 이목이 쏠렸는데요. 또 영화엔 음악을, 영화 시상식엔 OST 공연을 빼놓을 수 없잖아요.🎬🎵 오늘 레터에서는 올해 아카데미를 더욱 풍성하게 해줬던 세 무대를 소개할게요.

레이디 가가가 깜짝 등장해 영화 <탑건: 매버릭>의 사운드트랙 'Hold My Hand'를 불렀습니다. 레이디 가가는 당초 참여하고 있는 영화 '조커 2'의 제작 일정으로 인해 오스카에 불참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베스트 오리지널 송' 후보를 보고 시상식 하루 이틀 전에 마음을 바꿨다고 합니다.

무대는 강한 인상과 여운을 남겼어요. 일단 레이디 가가라고 했을 때 흔히 떠오르는 화려한 팝스타의 의상은 없었습니다. 검은색 티셔츠와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컨버스 스니커즈를 신은 채 무대에 섰어요.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던 레드 카펫에서의 모습과 대조적이었습니다. 그렇게 화장하지 않은 맨얼굴로, 날것의 마음을 꺼내보이듯 노래했어요. 처음엔 피아노 반주에 기대 노래하다가, 이내 들어오는 밴드와 함께 인이어를 벗고 열창하는 모습에서 어딘가 벅차오르는 해방감이 전해집니다. 마지막엔 <탑건>(1987)의 감독이었던 토니 스콧을 기리기도 했어요. 

지난달 '슈퍼볼 하프타임쇼'를 성공적으로 마쳤던 리아나가 한 달 만에 아카데미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리아나는 레이디 가가와 달리 사전에 출연 소식이 공개됐기 때문에 사람들의 기대가 모였어요. '(뱃속) 동생이 오스카에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들의 모습'이라는 귀여운 사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리아나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의 주제곡 'Lift Me Up'을 선보였습니다. 이 곡은 작년 6년 만에 발매됐던 리한나의 싱글로, 발매 후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2위를 기록했어요. 이 곡으로 리아나가 올해 처음 아카데미 후보에 오르기도 했고요. 무대는 영화를 모티브로 꾸며진 세트에서 오케스트라 밴드와 함께 펼쳐졌고, <블랙 팬서>의 주인공이었던 고 채드윅 보스만에게 헌정하는 곡인 만큼 울림과 감동을 자아냈습니다.

올해 역대 최다 7관왕을 수상하며 오스카 트로피를 휩쓸어간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이하 '에에올'). 이번 아카데미의 주인공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에에올'의 사운드트랙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공연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평화롭고 묘한 분위기로 흘러나왔던 'This is a Life'의 라이브였어요. 곡을 제작한 3인조 밴드 손 럭스(Son Lux), 밴드 토킹 헤즈의 보컬 데이비드 번(David Byrne), 극중 조이를 연기했던 배우 스테파니 슈(Stephanie Hsu)가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원곡의 여성 보컬은 미츠키였는데, 미츠키가 시상식을 불참하게 되어 스테파니가 빈자리를 대신했어요.

무대는 영화의 혼란스럽고도 기묘한 메타버스 배경을 반영했습니다. 모두 흰옷을 입고 등장해 신성한 의식을 치르듯 노래하기 시작해요. 그리고 (영화를 본 분들이라면 아실 만한) 플라스틱 눈알, 돌멩이, 검은 베이글이 하나씩 화면에 등장합니다. 물론 데이비드 번이 열 손가락에 끼웠던 '핫도그 소시지' 역시 엽기적이고도 상징적인 포인트였어요.🌭

연초부터 꾸준히 '농놀(농구 놀이)' 열풍을 이어가고 있는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26년 만에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부활해 이른 바 '슬친자(슬램덩크에 미친 자)'를 양성하며 누적 관객 400만 명을 돌파, 내달 아이맥스(IMAX) 상영까지 앞두고 있습니다.🏀

영화가 성공한 만큼, 결정적인 장면에 긴박함을 고조시켰던 사운드트랙도 인기를 얻었죠. 실제로 영화 보면서 음악에 꽂혔던 밴드 덕후분들 꽤 있을 것 같은데요.🎸 이 슬램덩크의 메인 주제곡 'Dai Zero Kan'을 부른 밴드 텐피트(10-FEET)가 오는 4월 내한을 예고했습니다.

어제 슬램덩크 수입사 에스엠지홀딩스는 누적 관객 400만 명 돌파를 기념해 내달 '슬램덩크 페스티벌'을 연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이 페스티벌에 일본 성우 내한 행사, 텐피트의 라이브 이벤트가 예정돼 있다고 설명했어요. 행사는 4월 초에 일주일 간 열리는데, 구체적인 일정과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공식적인 단독 내한 공연이 아니라 행사의 일부이기 때문에 텐피트의 공연 시간이 그렇게 길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요.

텐피트는 락, 펑크, 헤비메탈 등 강렬한 기타 사운드를 주로 다뤄온 일본의 3인조 락 밴드입니다. 1997년에 결성돼 올해로 26주년을 맞았으며, 2009년에는 홍대 라이브 클럽에서 내한 공연을 갖기도 했어요. 이번 슬램덩크 사운드트랙은 텐피트가 원작자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의뢰를 받아 꼬박 2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뜨겁게 싸우는 만화'의 인상을 녹여내고자 했고, 가사는 구체적이지 않되 작품과 최대한 어울려야 한다는 주문에 맞게 썼다고 합니다.

- 부지런한 락덕 베짱이 ry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