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렸던 'Have A Nice Trip'에 다녀왔습니다.✈ 국내·해외 아티스트가 모두 나오는 라인업으로, 올해 처음 개최되는 페스티벌이었어요. 

여러 무대를 봤는데, 일단 태국의 2인조 인디팝 밴드 하입스(HYBS)의 공연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하입스는 작년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로 한국을 찾은 적이 있지만 저는 이번에 처음 보게 됐는데요. 휴양지의 석양을 연상케하는, 아련하고 부드러운 사운드가 일품이었어요. 그러면서도 연주와 퍼포먼스가 뛰어나 음원보다 역동적이고 신났습니다. 선셋 롤러코스터가 떠오르는 부분도 있어서, 그런 음악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꼭 들어보시길 추천해요. 

헤드라이너는 한국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알앤비 싱어송라이터 다니엘 시저였습니다. 흥미롭게도 올해 정규 3집 발매 기념 투어의 첫 시작이 한국이었어요. 그래서 셋리스트에도 신곡이 다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신곡 'Let Me Go', 'Disillusioned', 'Unstoppable'을 즐겨 들었는데 전부 라이브로 들을 수 있어 반가웠어요. 밴드셋이 아니라 MR만 깔고 불렀던 점은 너무 아쉬웠지만, 그래서 혼자 어쿠스틱 기타와 목소리로만 공연장을 채울 땐 그 나름대로 밀도가 느껴지도 했습니다. 청명한 기타와 감미로운 보컬에 집중하게 됐어요. 다니엘 시저를 잘 모르는 분들도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Best Part'에서는 관객들의 떼창이 아름다웠고, 앵콜로 콜드플레이 1집 수록곡인 'Sparks'를 부른 것도 인상적이었네요.

밴드가 많이 나오는 페스티벌을 주로 다니던 제게 이렇게나 차분하고 여유로운 페스티벌은 꽤 낯설었는데요. 그래도 실내에서 땀 한 방울 없이 시원하고 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좋더라구요. 제목처럼 '여행'을 컨셉으로 삼고 있어 곳곳에 비행기와 휴양지 같은 요소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고,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출연한다면 한 번쯤 가볍게 다녀오기 괜찮은 페스티벌이었습니다.🌴

클럽 헤비 스탠딩 맨 뒷열 실제 시야

FUJI ROCK FESTIVAL

 “일본, 후지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독특함을 원한다면”

어떠셨나요? 평소에 들어보기 힘든, 독특한 음악이라는 것을 느끼셨을 겁니다. 못갖춘마디의 적극적인 활용과 흐름에 구애받지 않는 과감한 전개, 여기에 실험적인 측면을 중화하는 캐치한 선율까지. 기존의 룰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그만의 음악 공식이 많은 이들을 충격으로 몰고 갔던 기억이 납니다. 갑자기 이런 괴물 같은 신인이 어디서 뚝 떨어졌나 하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죠. 정말 하얀 도화지에 자신만의 그림을 그려나가는 모습, 백지(白紙=하쿠시)라는 이름이 너무나도 어울린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피아노 연주라는 포지션을 기본으로 두고 있지만, 여기에 재즈나 클래식, 일렉트로니카 등을 적극적으로 끌어와 계산적인 면과 본능적인 면을 동시에 구사하는데요. 실험적이면서도 대중성 또한 단단히 부여잡고 있다는 점에서 평단의 많은 찬사를 받았습니다.

항상 그에게 아쉬운 점이 작품 수가 많지 않고 특히나 라이브 공연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었는데요. 무슨 심경의 변화가 생겼는지, 이번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며 첫 페스티벌 출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데요. 그래도 확실한 것은, 우리의 예상 그 이상을 보여줄 것이라는 점이죠.

 🎧 이 곡만은 꼭! 

• あなただけ(아나타다케), 草木(쿠사키), 巣食いのて(스쿠이노테)

 👍 추천 라이브 영상 

• ｏ(__*) (Live at 'New En Showcase')

어느덧 캬리도 데뷔 10주년을 훌쩍 넘어버렸네요. 하라주쿠 거점의 스트리트 모델로 등장해, 완성도 높은 일렉트로니카 팝 넘버와 개성적인 패션/메이크업으로 전 세계의 일본 서브컬처 마니아들을 집결하게 한 그가 올해엔 후지 록 행을 택했습니다. 평소에도 여러 페스티벌의 러브콜을 한몸에 받는 캬리인데요. 작년엔 코첼라, 올해엔 프리마베라 사운드에 출연하며 자신의 영향력을 월드 와이드로 꾸준히 발신하고 있기도 합니다. 일렉트로니카 듀오 캡슐의 멤버임과 동시에 테크노 팝 그룹 퍼퓸의 프로듀싱을 맡고 있는 나카타 야스타카의 음악들이 탄탄하게 커리어를 받쳐주고 있는 덕분이 아닐까 싶은데요.

저는 활동 초기, 그러니까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매해 한 번씩은 페스티벌에서 마주쳤던 기억이 나네요. 댄서블한 리듬에 훅이 확실한 곡들이 많고, 간단하게 따라 추기 좋은 안무들도 곳곳에 버무려져 있는 등 엔터테인먼트적인 측면에 강해 굉장히 즐겁게 관람했었습니다. 형형색색의 스타일링으로 등장하는 캬리와 그에 못지않게 파워풀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백댄서들의 무대를 보는 재미도 상당하고요. 온 김에 ‘일본의 오리지널리티를 경험해 보고 싶다’는 분들은, 고민할 필요 없이 일요일 선데이 세션 무대로 발걸음을 옮기시면 되겠습니다.

 🎧 이 곡만은 꼭! 

• ファッションモンスター(패션 몬스터), インベーダーインベーダー(인베이더 인베이더), PONPONPON

 👍 추천 라이브 영상 

• Kyary Pamyu Pamyu PREMIUM LIVE GREAT INVITATION / 2021

보통 민요라고 하면 굉장히 옛날 음악이고, 듣는 사람들만 듣는다고 생각하기 마련이죠. 특히나 젊은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생소한 영역일 테고요. 하지만 이 팀이 구사하는 민요는 그렇지 않습니다. 카리브, 라틴, 아프리카, 보사노바 등 다양한 월드 뮤직을 통해 재해석한 그들만의 음악을 들려주고 있기 때문이죠.

아래 있는 영상을 보시면, 프레디 츠카모토가 구사하는 전통적인 느낌의 보컬이 각 장르에 기반한 연주와 의외로 잘 어울린다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이들의 곡들은 어떻게 보면 동양과 서양의 뿌리를 한곳에 담아내고 있는 셈인데, 이질적일 수 있는 요소를 모아 이렇게 멋진 음악으로 승화시키고 있다는 점이 실로 감탄스럽습니다. 민요를 ‘민중을 위한 음악’으로 부활시키고 싶다는 그들의 의지가 만들어 낸 밀도 높은 크로스오버의 세계. 새로운 것을 찾는 분들이라면 필수 코스로 등록해 두실 필요가 있겠습니다.

 👍 추천 라이브 영상 

• MINYO CRUSADERS 民謡クルセイダーズ MINYO IS BACK IN TOWN / 2022

온라인 생중계

오는 7월 21일부터 23일까지 개최되는 피치포크 뮤직 페스티벌이 유튜브를 통해 온라인 생중계됩니다.

피치포크 뮤직 페스티벌은 미국 음악 비평 웹진 '피치포크'에서 주최하는 페스티벌로, 인디 아티스트를 주축으로 라인업이 구성됩니다. 매년 여름 시카고에서 개최되며, 2005년에 처음 시작돼 올해로 19회를 맞았어요.

올해엔 라디오헤드의 톰 요크와 조니 그린우드가 결성한 밴드 더 스마일(The Smile), 작년 롤링홀에서 내한 공연을 가졌던 포크록 밴드 빅 띠프(Big Theif), 그리고 2020년 내한했던 실험적인 인디 포크 밴드 본 이베어(Bon Iver)가 헤드라이너로 오릅니다. 또한 최근 정규 4집을 발매한 영국 싱어송라이터 킹 크룰(King Kruel), 올해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 출연하고 블러의 웸블리 공연에서 오프닝을 장식한 일렉트로닉 듀오 족스트랩(Jockstrap), 작년 드림팝 앨범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던 밴드 올웨이스(alvvays)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아티스트가 출연해요. 오랫동안 리스너들의 관심을 받아온 인디 뮤지션부터 떠오르는 신예까지 고루 만나볼 수 있습니다. 생중계 중간엔 아티스트 인터뷰도 포함된다고 하네요.

생중계는 피치포크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시청 가능하며, 자세한 타임테이블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부지런한 락덕 베짱이 ry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