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오늘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올해 부락의 라인업 및 관람 포인트를 짚어봅니다. 아직 예매하지 않은 분들께는 솔깃한 추천으로, 이미 예매하고 부산행을 앞둔 분들께는 속성 예습 강의로 소개해 드릴게요.🤓✨

밝고 낭만적인 선율로 토요일 밤의 부산을 물들여줄 팀입니다. 프랑스 베르사유 출신의 인디팝, 신스팝 밴드 피닉스가 5년 만에 한국을 찾아요. 피닉스는 슈퍼소닉 페스티벌과 단독공연으로 내한한 적 있지만, 헤드라이너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피닉스는 2000년부터 약 4년 주기로 앨범을 발매하며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데요. 최근 셋리스트는 명반으로 꼽히는 4집 [Wolfgang Amadeus Phoenix]와 작년에 발매된 7집 [Alpha Zulu]의 비율이 높은 편입니다. 물론 'If I Ever Feel Better', 'Trying To Be Cool' 등 유명한 대표곡도 빠지지 않아요. 크게 호불호를 타지 않고 진입장벽이 높지 않은 음악이라, 피닉스의 음악을 잘 모르는 분들도 금세 즐거운 흐름에 녹아들 수 있을 겁니다. 기타를 거의 목걸이처럼 짧게 매는 기타리스트, 헝클어진 머리로 마이크 줄을 쥔 채 노래하다가 크라우드 서핑으로 스탠딩존에 몸을 맡기는 보컬이 관람 포인트.

저스틴 비버와의 합작 싱글 'STAY'로 대박을 터뜨리며 총 7주간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에 올랐던 아티스트입니다. 올리비아 로드리고(Olivia Rodrigo), 24케이골든(24kGoldn)과 함께 Z세대 유망주로 꼽히는 호주 출신의 03년생 래퍼이자 싱어송라이터 키드 라로이가 일요일 헤드라이너를 맡았어요.

사실 키드 라로이는 라인업 발표 후 "네가 왜 거기서 나와...?"와 같은 반응이 적지 않았던 아티스트이기도 합니다. 저도 솔직히 말해 처음엔 의아하고 심드렁했는데요. 라이브에 때때로 밴드 세션을 동원하고, 무대를 휘젓고 점프를 아끼지 않으며, 생각보다 꽤 락킹한 무대를 선보인다는 주변의 후기가 많아 내심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의 코첼라, 영국의 레딩 앤 리즈 페스티벌, 일본의 섬머소닉까지, 세계적인 대형 페스티벌의 메인 스테이지를 거쳐온 아티스트라 기량이 부족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대에서 호응과 떼창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편이니, 가시는 분들은 대표곡 'STAY' 가사를 익혀가면 더 재밌게 즐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Without You'에서는 보통 핸드폰 플래시 이벤트가 있다고 합니다. 가기 전 한 번씩 들어보는 것도 추천해요.

"포기하면 그 순간이 바로 시합 종료." 올해 초 '농놀' 열풍을 일으켰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OST를 맡았던 밴드죠. 일본의 3인조 락 밴드 텐피트가 토요일 그린 스테이지의 마지막을 장식합니다. 텐피트는 지난 7월 KBS 아레나에서 내한공연을 갖기도 했는데요. 아리랑을 연주해 부르고, 주머니에 꼬깃꼬깃 넣어둔 종이를 꺼내 미리 적어온 한국어 멘트를 말하고, '제제로감'을 앵콜로 두 번이나 선보이는 등 한국 관객들의 성원에 제대로 화답하는 무대를 보여줬습니다. 

국내엔 영화 슬램덩크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지만, 올해로 데뷔 25년차를 맞이한 탄탄한 중견 밴드입니다. 연평균 공연 100회에 가까운 열성적인 활동으로 내공을 다져온 팀이에요. 심지어 밴드의 고향 교토에서 15년째 '교토대작전'이라는 락 페스티벌을 열고 있기도 합니다. 그만큼 단독 공연과는 또 다른 페스티벌과의 시너지가 기대돼요. 휘날리는 깃발 아래 땀 흘리고 슬램하며 듣는 텐피트. 생각만 해도 가슴 웅장해지지 않을 수 없네요.

한국을 방문했다가 떠나는 해외 아티스트에게 종종 "여권 뺏자"라는 말을 하곤 하죠. 하지만 이 팀은 굳이 여권을 뺏을 필요도 없습니다. 발목에 태극기 타투를 새기는 것은 기본, 케이팝 틱톡 챌린지부터 유튜브 콘텐츠, 음악방송 엔딩요정 등 온갖 국내 스케줄을 섭렵. 한국과의 인연이 돈독한 영국의 3인조 팝 밴드 뉴 호프 클럽이 일요일 그린 스테이지에 마지막 순서로 오릅니다. 원래 10월 첫째 주 우드스탁 페스티벌에 출연할 예정이었으나, 우드스탁이 취소되고 대신 부락에 오게 돼 잘됐다는 축하(?)를 받았어요.

뉴홉클은 멤버 세 명이 모두 악기와 보컬을 겸하며 안정적이고 산뜻한 라이브를 들려줍니다. 넷플릭스를 보는 듯한 훈훈한 비주얼은 덤이에요. 예전부터 꾸준히 캐주얼한 커버곡을 업로드해왔는데, 공연에서도 커버곡을 한두곡씩 포함하는 편입니다. 최근엔 마일리 사이러스의 'Flowers'를 자주 부르고 있네요. 한국에서의 공연인 만큼 올해 케이팝 그룹 피원하모니(P1Harmony)와 발매한 싱글 'Super Chic'을 부를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올해 라인업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다국적 해외 아티스트로 채워진 라인업입니다. 영국·호주·프랑스 등 영미권은 물론 일본·중국·태국·필리핀·대만·홍콩·이스라엘까지 한국을 포함해 총 11개국의 아티스트가 출연해요.

특히 아시아 아티스트의 비율이 눈에 띄는데요. 작년 부락에도 일본의 네버 영 비치(never young beach), 대만의 아이민어스(I Mean Us) 같은 밴드가 나왔지만 올해는 12팀으로 부쩍 늘었습니다. 올해 부락에서는 어느 정도 국내 인지도가 형성된 팀부터 새로 소개되는 팀까지 다양한 아시아 뮤지션을 만나볼 수 있어요.

그외 추천하는 아시아 밴드는 태국의 하입스(HYBS), 홍콩의 코팍(COPAK), 필리핀의 플루(flu)입니다. 하입스는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Have A Nice Trip',' 잔다리 페스타' 등 페스티벌로 한국에 자주 왔었는데요. 반짝이며 찰랑이는 사운드와 함께 약간의 퍼포먼스를 곁들인, 능글맞고 센스있는 라이브가 매력적이에요. 코팍, 플루도 비슷하게 행복하고 여유로운 휴양지의 무드를 그려내는 팀입니다. 선선한 강바람 불어오는 부산에서 들으면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반면 좀 더 무게감 있는 사운드를 경험하고 싶은 분들은 중국의 메탈 밴드 다이 프롬 소로우(Die From Sorrow), 중국의 포스트 펑크·사이키델릭 밴드 파지(Fazi)도 신선한 선택이 될 수 있겠습니다. 개인적으로 파지는 2019년 한국에서 우연히 공연을 본 적 있는데, 강렬하고도 신비로운 기운에 압도되어 보았던 기억이 있어 올해도 기대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