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여러 의미로 화제가 되었던 공연입니다. 지난 월요일, 올림픽홀에서 열렸던 다니엘 시저 내한 공연에 다녀왔어요.

일단 월요일 공연은 깔끔하고 만족스러웠습니다. 지난 7월 '해브 어 나이스 트립(Have A Nice Trip)' 페스티벌에서 혼자 무대에 올랐던 것과 달리, 이번엔 밴드셋으로 한층 풍성하고 리드미컬한 사운드를 들려줬어요. 셋리스트는 올 초 발매한 정규 4집 [NEVER ENOUGH]를 중심으로 구성. 단독 공연인 만큼 90분 동안 다니엘 시저의 음악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초반엔 무대에 흰 천막을 에워싸 실루엣만 비추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했고, 중간중간 혼자 감미롭게 어쿠스틱 기타와 건반을 연주하며 노래했습니다. 'Shot My Baby'에서는 기타 솔로와 함께 뜻밖의 락킹한 모멘트를 선사했고요. 라디오헤드의 'Creep'과 비틀스의 'Blackbird'를 커버 곡으로 불렀습니다. 앵콜은 독특하게 백스테이지 생중계로 진행했는데, 이때 블랙핑크의 제니가 깜짝 등장해 장내가 술렁이기도 했어요. 전반적으로 떼창이나 함성이 큰 열광적인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나른한 템포의 알앤비라 부드럽게 감상하기 좋았습니다.

문제는 화요일 공연이었습니다. 당일 공연 시작 3시간 전에 취소 공지가 올라온 것.😨 그동안 내한 공연이 아티스트의 건강, 가족상, 기술적 결함, 항공, 자연재해 등의 이유로 갑작스럽게 취소된 경우는 있었는데요. 사유를 밝히지 않고 당일에 공연이 취소된 적은 처음이라 모두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티켓은 전액 환불될 예정이라고 하지만, 공연을 기다렸을 팬들의 마음과 시간은 어떤 방식으로도 돌려받을 수 없겠죠. 월요일에 공연을 관람했음에도 마무리가 좋지 못해 안타깝고 씁쓸한 뒷맛이 남은 공연이 되었습니다.

스페인에서 열리는 '2024 매드쿨' 페스티벌이 1차 라인업을 공개했습니다.

헤드라이너는 여성 솔로 뮤지션의 존재감이 눈에 띕니다. 최근 댄서블한 싱글 'Houdini'를 공개하며 내년 정규 앨범 컴백을 예고한 두아 리파(Dua Lipa), 올해 완성도 높은 아프로비트·레게 앨범으로 평단의 호평을 받았던 쟈넬 모네(Janelle Monáe), 국내에서도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는 영원한 팝 락 아이콘 에이브릴 라빈(Avril Lavigne)이 헤드라이너로 출연해요.

굵직한 밴드도 주목할 만한데요. 드림팝과 그런지를 결합한 독특한 정체성으로 명반을 남긴 스매싱 펌킨즈(The Smashing Pumpkins), 내년 활동을 마지막으로 해체할 것이라 예고한 펑크 밴드 썸 41(Sum 41), 너바나와 함께 1990년대 초 그런지 열풍을 일으켰던 펄 잼(Pearl Jam), 보컬 올리버를 주축으로 폭발적인 메탈코어를 굳혀나가는 브링 미 더 호라이즌(Bring Me The Horzion)이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섭니다. 밴드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의 기타리스트 톰 모렐로(Tom Morello)도 솔로로 등장해요.

헤드라이너 3팀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그 외에는 나띵 벗 띠브스(Nothing But Thieves), 킨(Keane), 아를로 팍스(Arlo Parks), 아시니코(Ashinikko) 등 한국 팬들이 반가워할 만한 뮤지션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매드쿨은 2016년부터 매년 7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최되는 페스티벌입니다. 팝·록·일렉트로니카·인디 등 다양한 장르의 거물급 뮤지션이 출연하며 '유럽의 코첼라'로 불리는 페스티벌인데요. 올해는 로비 윌리엄스(Robbie Williams), 리조(Lizzo), 더 블랙 키스(The Black Keys), 샘 스미스(Sam Smith),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i Peppers), 리암 갤러거(Liam Gallagher), The 1975 등 3일 동안 100여 팀의 아티스트가 출연했으며, 약 8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2024년 매드쿨은 7월 10일부터 7월 13일까지 개최됩니다.

밴드 블러가 다시 휴식기에 들어갑니다.

블러의 보컬 데이먼 알반(Damon Albarn)은 한 프랑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다시 공지가 있을 때까지 블러는 휴식기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제 블러를 마무리할 때가 됐다. 나에겐 매우 벅찬 일이었다. 블러의 노래를 다시 연주하고, 이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앨범을 만들었던 것은 옳은 일이었고 엄청난 영광이었다"라고 활동 소감을 전했는데요. 이어 "다시는 블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이며 해체가 아님을 분명히 했습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 데이먼은 내년 파리에서 선보일 오페라를 작업할 예정이며, 고릴라즈(Gorillaz)의 새 앨범도 작업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기타리스트 그레이엄 콕슨(Graham Coxon)도 그가 속한 다른 밴드 더 웨이브(The Waeve)로 활동을 이어갑니다.

블러는 올해 여름, 8년의 긴 공백기를 깨고 복귀했습니다. 7월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양일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정규 9집 [The Ballad of Darren]을 발매하고, 대규모 글로벌 페스티벌을 중심으로 무대에 섰는데요. 6개월 동안 28회 이상 공연을 가지며 왕성한 활동을 선보였습니다. 한편 블러는 지난 8월 일본 섬머소닉 페스티벌에 헤드라이너로 출연했으나 아쉽게도 내한 공연은 성사되지 않았고, 내한 없이 휴식기에 들어간다고 밝혀 국내 팬들은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 부지런한 락덕 베짱이 ry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