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덕후들의 대명절이 도래했습니다. 지난주,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 3일 다녀왔어요.🤘 처음 라인업 보면 살짝 아쉬운 것 같다가도 막상 가보면 무아지경 노느라 바빠지고, 또 현장에선 무더위에 실신할 것 같다가도 다녀온 뒤엔 행복했던 기억만 남는 희한한 곳이죠.

3일 동안 무더위와 싸워가며 치열하게 놀고 열심히 공연을 챙겨봤는데요. 가장 강렬했던 공연은 단연 첫째 날 헤드라이너였던 턴스타일(Turnstile)이었습니다. 하드코어 펑크 밴드의 패기 넘치는 공연에, 관객 분위기도 국내 페스티벌에서 보기 드물 정도로 한껏 달아올랐어요. 마지막 곡 'HOLIDAY'에서는 관객들이 무대 위에 올라오는 역사적 진풍경까지 펼쳐졌습니다. 일요일 해 질 무렵 공연했던 녹황색사회(緑黄色社会)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무려 전곡의 가사를 번역해 띄우고, 근데 그 가사가 너무 주옥같고, 멘트까지 한국어로 말했던 3단 콤보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낭랑한 보컬과 밝은 사운드도 페스티벌에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렸어요.

그 외에도 파워풀한 연주와 용맹한 보컬로 송도를 집어삼킬 듯했던 터치드, 작년 펜타 루키에서는 떨어졌지만 올해는 당당히 부름을 받고 메인 스테이지에 섰다던 한로로, 코스튬과 분장을 충실히 갖추고 나와 헤비메탈을 내리꽂았던 다크 미러 오브 트레지디, 퀴어 뮤지션으로서의 정체성을 노래할 때 정말 선연한 쌍무지개가 떴던 걸인레드, 작년에 올 뻔했는데 못 와서 미안했다던 말과 함께 명곡과 신곡을 모두 들려준 라이드, 12년만에 펜타로 돌아온 브로큰 발렌타인까지. 락으로 아름다웠던 순간이 많았습니다.

포스트 팬데믹 펜타포트도 벌써 3회째, 현장엔 작년에 비해 개선된 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먼저 배리어 프리존, 수유실 등 다양한 관객을 위한 시설이 추가됐어요. 기후 위기로 심해지는 폭염에 쿨존도 대폭 확대됐습니다. 에어컨을 틀어둔 의료쿨존 부스나 쿨버스가 작년보다 많아졌고, 작긴 했지만 시원한 실내 스테이지가 신설됐어요. 원래 있던 워터캐논에 더해, 낮에는 살수차까지 동원돼 더위를 식힐 수 있도록 물을 수시로 뿌려주더라고요. 작년 관객들의 야유를 받았던 형식적인 개막식은 짧게 줄이고, 대신 펜타루키 대상팀을 소개하는 것도 센스 있었습니다.

반면 여전히 아쉬운 점도 존재했습니다. 메인 스테이지와 서브 스테이지가 워낙 가까운 탓에, 옆 스테이지의 영향을 받는 딜레이나 음향 간섭은 예전부터 이따금 있어왔는데요. 올해는 유독 관람에 지장을 줄 정도로 극명하게 드러날 때가 있었어요. 음악 타이밍에 맞지 않게 슬램핏을 벌렸다가 어정쩡해지는 순간도 늘었고, 일부 팬들이 일요일 입장을 금요일부터 대기하는 '밤샘'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서브 스테이지를 조금 넓혔음에도 그 많은 관객을 수용하기엔 부지가 충분치 않았어요. 티켓이 매진됐던 일요일엔 이동하기 어려울 정도로 관객이 가득 터졌습니다. 마지막 날 셔틀버스 꽃가마는 운행이 심각하게 지연되어 관객들이 새벽 2시가 다 되도록 귀가하지 못하는 일도 있었네요.

펜타포트가 거의 국내 유일 대형 락페로 남았다 보니 그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도 쌓이는 것 같은데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3일 헤드라이너 다 밴드로 세우는 곳, 제대로 락놀이를 할 수 있는 곳은 역시 펜타포트이기에 잘 헤쳐나가며 지속되길 바라봅니다. 현생 복귀했음에도 머릿속으로는 아직 펜타에서 좋았던 순간을 곱씹는 중인데, 다녀온 여러분들은 후유증과 여운으로부터 안녕하신가요...? 🔥

안녕하세요! 무더위 속에서 후지록, 그리고 캠핑 여정을 무사히 마치고 온 에디터 서행입니다.🍒 더 다양한 공연/페스티벌 후기를 소개하기 위해 <라이브 뒷풀이> 코너가 생겼는데요. 제가 첫 타자로 지난 7월 마지막 주 다녀왔던 일본 후지록 페스티벌의 후기를 풀어보려고 해요.

후지록은 맨날 페라 운영자 샛별님 블로그에서만 구경하다가 실제로는 처음 가봤는데, 너무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았어요. 후지록은 태풍 아니면 폭염이라고 해서, 바람에 텐트가 날아갈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올해는 날씨가 참 좋았답니다. 간간이 비가 오고, 또 어떤 날은 햇빛이 쨍쨍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선선한 날씨였어요! 제가 생각한 후지록의 이미지는 폭풍우 속에서 락스피릿을 외치는 밴드쟁이들의 파티였는데, 막상 가보니 흐리지만 평화로운 계곡가에서 가족들과 캠핑, 그리고 음악을 즐기는 분위기라서 조금 놀랐어요.😉🏕️☁️

개인적으로 제이팝을 자주 듣는 편은 아닌데도 모든 무대를 즐겁게 관람했어요. 헤드라이너는 물론이고, 신인들이나 DJ들도 하나같이 실력파라서 깜짝 놀랐어요. 특히나 라이브가 기억에 남는 팀은 2일차 헤드라이너인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 3일차 서브헤드라이너인 즛토마요(Zutomayo)였습니다.

크라프트베르크는 독일 뮤지션으로, 수많은 아티스트에게 영향을 준 전자음악의 선구자죠. 처음엔 멀찍이 앉아서 보려다가 첫 곡 듣자마자 ‘아, 이건 앉아서 못 본다!’ 하고 바로 스탠딩으로 뛰어갔어요. 라이브에서 큰 스피커로 들었을 때가 음원 사운드보다 말도 안 되게 좋았거든요. 크라프트베르크의 오랜 친구였던 사카모토 류이치의 추모 공연으로 ‘Merry Christmas Mr. Laurence’를 연주했던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즛토마요는 비주얼적으로 신선했던 팀이라 잠시라도 무대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구요. 즛토마요는 선풍기, TV, 오픈릴 테이프 등 가전제품을 악기처럼 연주한다는 점이 특이했어요. 미리 나무위키로 사전조사를 하고 갔는데, ‘저게 어떻게 가능하지..?’라고 생각했던 게 무색하게 색다른 음색을 냈던 게 기억에 남아요. (진짜 선풍기를 연주함...📺📼)

후지록 라인업이 처음 나왔을 때는 난해하다는 반응이 많았는데, 막상 실제로 라이브를 듣고 나니 곧 사이버펑크의 시대가 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헤드라이너 기준으로 더 킬러스, 노엘 갤러거 등 락 뮤지션들도 있었지만, 재즈-테크노-R&B-일렉크로닉 등의 균형을 맞추려던 노력이 엿보였어요.🎀🤖

 도쿄 Sonic Stage, Pacific Stage, Beach Stage 

 오사카 Sonic Stage 

최근 일본엔 여성 쓰리 피스 밴드들의 활약이 도드라지는 모습인데요. 이번 섬머소닉에도 모습을 보이는 콘튼 캔디(Conton Candy)라든가 사바시스터(サバシスター), 그 외에도 카네요리마사루(カネヨリマサル)나 레트로마이걸(レトロマイガール)과 같은 팀들이 맹활약 중이죠. 이런 흐름의 선봉에 서 있는 팀이 바로 지금 소개할 칠리 빈즈.입니다. 팀이 결성된 계기가 참 재밌는데요. 원래 세 멤버는 전혀 안면이 없이 유이(yui)와 아야카(絢香) 등 실력파 가수를 배출한 싱어송라이터 학원에 다니고 있었다고 해요. 그러던 중 당시 선생님이 셋이 밴드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 권유를 한 거죠. 그렇게 2019년 운명적인 만남 후 2021년 EP <d a n c i n g a l o n e>으로 데뷔, 흔히 상상하는 3인조 포맷의 스타일을 벗어난 트렌디한 음악으로 이목을 집중시켜 올 초 부도칸 공연까지 완수하는 쾌거를 이루어냅니다.

그룹명에 있는 칠리는 바로 레드 핫 칠리 페퍼스에서 따온 것이라고 하는데요. 한 사람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것이 아닌, 멤버 모두가 주인공인 이 레전드를 닮고 싶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사실 3인조라면 악기 구성이 단순한 탓에 사운드가 예상이 가기 마련인데요. 이들의 음악은 여기에서 살짝 선회해 디스토션 대신 그루브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숨차게 내달리기보다는 완급을 조절하며 리듬을 타는 음악에 가깝죠. 이 또한 자신들의 우상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정체성을 기반으로 블랙뮤직의 요소를 적절히 섞고, 리드보컬의 포지션을 정해두고는 있지만 세 멤버가 주고받는 앙상블을 적극적으로 활용함과 동시에 필요에 따라서는 랩도 선보이는 등 자신들의 영토를 더욱 넓게 바라보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밴드 신의 경향도 시대에 따라 변한다는 점을 이들의 모습을 보며 절감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 새로운 바람, 여러분들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 이 곡만은 꼭! 

• you n me, シェキララ, r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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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illi Beans. - シェキララ / <Welcome to My Castle> at Budokan

메이드 의상 차림으로 하드 록을 하는 밴드가 있다? 네, 일본엔 있습니다. 데뷔 전 메이드 카페에서 일하던 멤버 코바토 미쿠의 제안으로 결성된 5인조 록 밴드가 바로 이 밴드-메이드입니다. 혹자는 비주얼만 보고 음악도 조금 순화된, 말랑말랑한 팝 록 스타일이지 않을까 예상하시던데요. 모습만 메이드복이지 그 본질은 탄탄한 실력으로 무장한 정통파 하드록/메탈 밴드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음악성을 인정받아 이미 10개국 이상에서 단독 공연을 실시하고 2022년의 전미 투어에는 2만 명 이상을 동원하는 등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죠. 섬머소닉 라인업을 살펴보면 뭔가 ‘클래식한 록’의 매력을 보여주는 팀들의 비중이 살짝 아쉬운 느낌인데요. 그 갈증을 채워줄 좋은 선택지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음악 스타일을 알려드렸으니 어느 정도 라이브 분위기가 파악되실 텐데요. 특히 숨 쉴 틈 없는 멤버들의 연주가 조금의 공백도 없이 듣는 이들의 신경을 장악합니다. 트윈 페달을 필두로 단단함을 강조한 드러밍, 스윕과 태핑, 고속 피킹, 슬랩 등이 난무하는 기타/베이스 연주는 보는 이들에게 넘칠 정도의 포만감을 제공할 기세죠. 여기에 저음 위주의 파워풀한 보컬을 들려주는 사이키, 보다 밝고 생동감 있는 음색이 매력적인 코바토 미쿠. 이 두 명이 가진 상반된 매력이 상상 이상의 시너지를 보여줍니다. 10년이 넘는 활동 기간 동안 수많은 경험으로 다져진 관록이 수놓을 이들의 ‘제대로 된 록 공연’! 정말 속이 후련한 공연을 하나 정도는 봐야 하지 않겠냐 하시는 분들에게, 밴드-메이드의 라이브를 적극 추천해 드립니다!

 🎧 이 곡만은 꼭! 

• Magie, Domination, YO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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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AND-MAID - DOMINATION

일본의 밴드를 생각해 보면 으레 떠오르는 좌충우돌 풋풋한 청춘의 기타 록 이미지가 있죠. 지금 소개할 함브렛다즈는 그 정서를 물려받아 톡톡 튀는 가사와 캐치한 선율을 무기로 많은 주목을 받는 밴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애니메이션 <케이온>이 팀을 결성하게 된 가장 큰 계기가 되었다고 입을 모아 말하는 멤버들. 이와 함께 특정 잡지를 중심으로 파생된 록킹온 계 밴드들의 음악을 듣고 영향을 받으며 완성된 정체성인데요. 이런 결성 배경을 접하다 보면 무엇을 보고 들으며 자라느냐가 정말 인생의 중요한 분기점이 된다는 사실을 재차 깨닫게 됩니다.

이들의 음악은 일단 신납니다. 손뼉을 치며 깡충깡충 뛰어놀기 좋죠. 그러다 갑작스레 몰려오는 그들의 진심에 아득한 여운이 남습니다. 사운드 자체는 그리 특별할 것 없는 기본에 충실한 말 그대로 ‘록’입니다만, 그 베이직함이 자아내는 진솔한 매력 어필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 이 밴드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죠. 비교적 최근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해도, 라이브 활동은 2016년부터 이어 왔으니 멤버들 간의 합은 절정에 올라있는 상태입니다. 무엇보다 저는 기타를 맡은 우키캐스터의 시원스러운 솔로잉이 맘에 들더라고요. 거창하진 않아도 각자 저만의 소소한 소중함을 열혈 디스토션을 통해 열정적으로 표현하는 그들. “무언가 벽에 부딪혔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순간이 왔을 때, 그때 우리들의 음악이 그저 적당한 BGM만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멘트와 함께 ‘BGMになるなよ(BGM이 되지 마)’를 연주하는 밴드의 모습이 그들을 가장 잘 대변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세상에 음악이 존재해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믿는 분들이라면, 이 4인조 밴드와 소리의 연대를 맺어보심이 어떠실지요.

 🎧 이 곡만은 꼭! 

• BGMになるなよ, ギター, はじめから自由だっ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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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ハンブレッダーズ - BGMになるなよ / TOKYO DOME CITY HALL

올해는 유독 소닉 스테이지 급에서 도쿄와 오사카에 모두 출연하는 일본 아티스트를 찾기가 힘드네요. 오히려 비치나 퍼시픽, 매시브에 볼만한 팀들이 몰려 있는 느낌인데요. 이런 연유로 다음 주에 소개하려 했던 명단에서 한 팀만 빼 와봤습니다. 바로 도쿄의 비치 스테이지에 출연하는 3인조 혼성밴드 템팔레이입니다. 2019년 무렵에 BTS의 RM이 언급하며 화제가 된 팀이기도 하죠. 그 이후로 슈게이징이나 사이키델릭 등을 적극 차용한 무국적 음악으로 글로벌한 인기를 구가하는 중입니다. 어찌 보면 앞서 이야기한 함브렛다즈와는 정확히 반대편에 서 있는 이들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하네요. 아마 새소년이나 아도이와 같은 팀을 좋아하신다면, 정확히는 같지 않아도 어느 정도 궤를 같이하고 있는 팀이기에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요.

차분하다가도 격정적으로, 느긋하다가도 타이트하게. 서서히 무아지경으로 빠져들게 하는 팀의 퍼포먼스는, 과거 언젠가 경험했던 것들로부터 분명한 거리를 두고 있는 느낌을 줍니다. 그만큼 독창적으로, 또 타협 없이 자신들의 길을 걸어 나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겠죠. ‘そなちね’의 왜곡된 기타 소리와 부유감 어린 보컬 레코딩을 듣자면 일본 사이키델릭의 거장이라 할 수 있는 사카모토 신타로의 영향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과거의 유산으로 본 적 없는 미래의 유산을 척척 써 내려가고 있는 셈인데요. 특히 이들의 라이브는 스튜디오 작품과는 다른 즉흥적인 면들이 꽤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그 고유한 매력을 체험하기 위해선 반드시 공연장에서 이들을 만나볼 필요가 있습니다. 슬슬 어둠이 깔리는 바닷가에서 습기 찬 바람을 맞으며 온몸의 긴장을 축 늘어뜨리고 맞이하기에 최적인 아티스트, 바로 이들입니다.

 🎧 이 곡만은 꼭! 

• そなちね, どうしよう, のめりこめ、震え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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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mpalay - SONIC WAVE, 美し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