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ew 페스티벌: 아 응애예요

올해 처음 등장한 페스티벌이 부쩍 늘었어요. 더 글로우, 라우드 브릿지 페스티벌, 경기모아뮤직페스티벌, 아시안 팝 페스티벌, 러브칩스 페스티벌, 황금카니발, 원더리벳 등 크고 작게 약 10개의 페스티벌이 처음 개최됐는데요. 기존 시장에 들어온 후발 주자답게, 라인업과 운영 방식을 '복붙'한 양산형 페스티벌보다는 장르적으로 확실한 정체성을 갖추거나 차별화되는 브랜딩에 신경 쓴 경우가 많았어요. 무대 연출과 오브제로 '빛'이라는 콘셉트를 시각적으로 구현했던 더글로우, 일본 펑크 밴드와의 한일 커넥션이 뚜렷했던 라우드 브릿지와 러브칩스, 기존 수제맥주 축제와 결합해 지역 축제의 성격을 도모했던 황금카니발 등 새로운 시도가 엿보였습니다. 또한 신생 페스티벌 대부분은 이전에 기획공연 또는 행사의 형태로 진행된 적 있어, 페스티벌로 확장될 수 있는 단초를 가지고 있었다는 공통점도 있었어요.

관객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늘었지만, 그만큼 개최 일정이 겹쳐 관객이 분산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페스티벌은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까지 최소 3년 이상이 소요되고, 팬데믹 이후 불붙은 현재의 페스티벌 폭발기가 얼마나 유지될지 모르니까요. 어떤 페스티벌이 자리 잡을지는 더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 너무 멀지만 이만한 곳 없다, 킨텍스

올해 세 개의 내한공연(노엘 갤러거, 오피셜히게단디즘, 알렌 워커)과 네 개의 페스티벌(더 글로우, 해브 어 나이스 트립, 원더리벳, 카운트 다운 판타지)이 킨텍스에서 개최되며 많은 공연 덕후들이 일산을 방문했어요. 킨텍스가 본격적인 대형 공연 장소로 활용되기 시작했던 건 작년 9월 포스트 말론 내한공연이었는데요. 지난 <공연 줌아웃>에서 다뤘듯, 국내 대형 공연장의 부족으로 내한공연과 페스티벌이 자연스레 킨텍스로 모이는 현상은 더욱 증가했습니다.

전문 공연장이 아니라 울림이 심해 음향이 좋지 않고, 배차 간격이 긴 광역버스, 대화역에서 20분이 소요되는 도보거리 등 공연장으로서 아쉽다는 목소리는 여전히 많은데요. 어쩔 수 없이 킨텍스에서 개최되는 공연 소식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요. 한여름에도 시원한 휴양지의 기분을 느낄 수 있었던 해브 어 나이스 트립, 쌀쌀한 초겨울 날씨에도 반팔로 놀 수 있었던 원더리벳 등 계절의 단점을 극복해 실내 페스티벌의 이점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느는 만큼, 관객 입장에서도 기왕 이렇게 된 거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모드로 가는 것도 괜찮을지도요?

🤨 헤어지자고? 안 들려!

아티스트가 노래하고 말하는 게 진짜로 안 들려…! 작년부터 제기되었던 올림픽공원 잔디마당의 음향 문제는 여전히 지속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올림픽공원은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많아 소음 민원을 줄이고자 공연 시 엄격한 규칙을 적용한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실제로 올림픽공원 측은 페스티벌 시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소음 측정기를 설치하고, 음향 기준은 65dB(데시빌) 이하로 제한하며, 운영시간도 10시를 넘길 수 없도록 권고하고 있어요. 한 공연기획사 관계자에 따르면 그 제약이 갈수록 더 빡빡해지고 있다고.

올해는 특히 오드리 누나, 예지, 페기 구로 한국계 댄스 뮤지션을 한데 모았던 금요일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가 많이 언급됐습니다. 당일 공연 종료 후에는 볼륨이 작아 불만족스러웠다는 관객들의 의견이 속출했어요. 이밖에도 서울재즈페스티벌, 뷰티풀 민트 라이프,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파크뮤직페스티벌 등 올림픽공원에서 진행되는 대표 페스티벌 모두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올림픽공원 측은 송파구 소음 민원에 대처해야 하고, 공연기획사는 페스티벌을 열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음향 기준과 타협해야 하고, 관객들은 라이브를 즐기러 와서도 어딘가 답답한 아쉬움을 가지고 돌아가야 하는 상황. 난관에 부딪힌 도심형 페스티벌은 뾰족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까요?

🌊 오라, 달콤한 제이팝 내한이여

떡밥이 쏟아졌다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작년부터 감지되었던 '제이팝 붐'의 물살을 타고 올해는 전례 없을 정도로 일본 아티스트의 내한공연이 쏟아졌어요. 2024년 페스티벌 라이프 캘린더에 등록된 일본 아티스트의 단독 내한공연만 28건에 이르고, 페스티벌로 내한한 경우까지 포함하면 50팀을 훌쩍 넘깁니다. 올해는 요아소비, 후지이 카제 등 높은 인지도를 구가하는 아티스트는 물론, 리스너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던 뮤지션까지 골고루 소개되듯 내한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한데요. 또한 페스티벌의 경우 원더리벳과 아시안 팝 페스티벌의 등장이 상징적이었지만,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나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의 라인업에서도 기존 대비 일본 아티스트의 비중이 확연히 늘었어요.

일본 아티스트는 공연기획사에게도 반가운 대안입니다. 팬데믹 이후 공연업계도 인플레이션을 겪어 아티스트 개런티와 항공료가 급등했고, 어느 정도 이름 있는 대형 뮤지션은 페스티벌보다도 투어를 선호하는 추세라, 전 세계적으로 글로벌 페스티벌은 영미권 아티스트를 섭외하는 데 난항을 겪었는데요. 이 상황에서 국내 페스티벌은 일본 아티스트를 섭외함으로써 같은 비용으로 더 다양한 아티스트를 선보일 수 있었고, 동시에 관객들에게는 음악적 새로움을 선사할 수 있었다는 것. 지리적으로, 문화적으로 가깝다는 점 또한 기획사와 관객에게 모두 긍정적으로 작용했어요. 

이 외에도 페스티벌 현장에서는 지류 티켓이 없어지고 모바일 티켓으로 바뀌고 있으며, 다회용기 사용이 점차 많은 페스티벌로 확대되는 추세를 실감할 수 있었어요. 플랫폼 앱으로 미리 MD나 음식을 주문해 현장수령하도록 운영하는 페스티벌도 늘었고요. 공연계에서는 암표 부정 거래를 막기 위해 본인 확인 절차를 강화하거나, 티켓 결제 시 무통장입금을 제한하거나, NFT 티켓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시도했지만 이렇다 할 개선은 없는 듯했습니다. '밴드 붐'이라고 명명할 정도인가에 대해서는 설왕설래가 오갔지만 밴드씬에 전과 다른 유의미한 유입과 흐름, 활약은 분명 있었던 것 같아요. 여러모로 공연을 즐기는 것 외에도 여러 토픽을 접할 수 있었던 다이내믹 2024년이었습니다! 여러분이 주목했던 흐름, 내년에 기대되는 물결은 무엇인가요?

페스티벌 라이프 부스 운영으로 부락에 참여했는데요. 부스에 따님과 함께 방문하셨던 관객분이 제가 10년도 더 전에 갔던 페스티벌에서 기념으로 챙겨온 부채를 알아보시곤 함께 이야기했던 순간이 뜻깊게 남아있어요. Kasabian, Starsailor, SPYAIR가 보여줬던 무대도 올해 페스티벌 중 손꼽는 순간이라 올해의 페스티벌로 선정했습니다.

6. 올해의 공연 : King Gnu Asia Tour 'THE GREATEST UNKNOWN' in Seoul & Stray Kids World Tour <dominATE SEOUL>
도저히 하나를 고를 수 없어 두 공연을 선정합니다. 사실 공연을 보기 전까지 킹누를 잘 알지는 못했는데, 모르는 사람도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멋졌던 킹누의 무대와 신세계였던 완벽한 연출, 그리고 너무나 오랜만이었던 관객들의 함성소리에 전율이 느껴졌던 경험에 올해의 공연으로 선정합니다. 스트레이 키즈 월드 투어는 (그들의 팬이 아니더라도) 올해 굵직한 해외 페스티벌에서 공연했던 K-POP 그룹들이 어떤 무대를 보여주고 있었는지 궁금했다면 이 공연이 답이 되어 줄 것 같습니다. K-POP 콘서트 특유의 엄청난 물량과 쉴 틈 없이 몰아치는 퍼포먼스를 극대화하면서도 세계 어디에서도 보편적으로 통할 무대를 만들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느껴졌던, 잘 만들어진 공연이라고 생각합니다.

5. 올해의 페스티벌 : FUJI ROCK FESTIVAL🇯🇵

락페가 줄 수 있는 모든 낭만을 가진 페스티벌. 장르와 시대를 모두 아우르는 라인업, 눈도 마음도 청량해지는 풍광, 꺄르르 뛰어노는 아이들까지(중요). 속세에서 벗어나 산속에서 즐기는 우리만의 무릉도원이었습니다.🌿🫧

6. 올해의 공연 : Slowdive Live In Seoul

무려 3월에 한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여운과 충격은 아직도 선연합니다. 공연장을 가득 채우는 사운드가 관객을 완전히 압도했는데, 마치 우주 속에 휩싸인 것만 같았어요…! 음악이란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는 것임을 몸소 느끼게 해주는 공연이었습니다.  

많고 많은 일이 있었던 한 해였네요. 구독자 여러분들의 2024년은 어떠셨나요? 부디 따뜻한 연말 보내시고 내년에는 행복한 일이 더 많은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FAPER 팀에게도, 구독자분들께도 제 사랑을 보내요.❣️ 풍부한 덕질이 가득한 2025년을 위하여!

5. 올해의 페스티벌 : HAVE A NICE TRIP🇰🇷

킨텍스에서 즐긴 첫 페스티벌. 습하고 더운 여름에도 쾌적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페스티벌이어서 기억에 남습니다 (이 이후로 실내 페스티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철회했습니다). 특히 이번 해나트를 통해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해외 팀들도 많았는데요, 개인적으로 Alvvays와 Sampha의 무대가 기억에 남네요.

6. 올해의 공연 : King Gnu Asia Tour 'THE GREATEST UNKNOWN' in Seoul

왜 이제 왔나 싶을 정도로 정말 역대급 공연을 펼치고 간 킹누. 당시 느꼈던 현장감은 말로는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했는데요(다녀오신 분들은 공감하시죠?), 음원을 씹어 먹은 듯한 아티스트의 라이브와 떼창이 완벽하게 어우러졌던 2시간은 오래도록 곱씹게 될 것 같습니다.

5. 올해의 페스티벌 : DMZ 피스트레인 페스티벌🇰🇷
다른 페스티벌에서 볼 수 없는 신선한 라인업과 장소가 주는 매력, 그리고 음악 아래 하나 되어 신나게 즐기는 관객까지 DMZ 피스트레인 페스티벌은 축제 그 자체였다고 느꼈습니다. 아무 걱정 없이 '춤을 추고' 페스티벌 스팟을 '바라만 봐도' 행복해졌던 경험이 마음 깊게 남았어요. 내년엔 3일 동안 개최된다고 하는데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6. 올해의 공연 : NELL CLUB CONCERT 2024 ‘Our Eutopia’

‘삶이 힘들어도 우린 여전히 노래할 것’이라는 문장 아래, 공연장 안에서만큼은 모든 걸 잊고 자유롭게 나아가자는 넬의 위로가 전해진 공연이었습니다. 일관된 메시지 하에 직조된 셋리와 연출이 공연 제목인 ‘Our Eutopia'를 충실히 구현했다고 느꼈어요. 개인적으론 오랫동안 좋아하고 있지만 잘 불러주지 않던 레어 셋리를 많이 들을 수 있어 좋았답니다. 덕분에 유토피아에서 유포리아를 느꼈던 건 덤. 매년 공연에서의 추억으로 한 해를 버티는데, 돌아보니 올해는 이 공연이 가장 선명하게 남아 선정했습니다.

연말을 맞이할 때마다 기분이 오묘합니다. 한 해를 보내는 일은 늘 아쉬운지라 시간이 느리게 갔으면 하다가도, 예매한 연말 콘서트가 다가오면 그렇게 설렐 수가 없더라고요. 구독자분들의 연말은 보다 따뜻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올 한 해도 함께해주신 페이퍼팀을 비롯하여 공연 덕후분들께 감사드려요. 다가오는 해는 모두에게 더 풍성한 한 해가 되길 바라며, 구독자분들의 일상에 순간순간 좋은 음악이 함께 깃들면 좋겠습니다. 미리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5. 올해의 페스티벌 : FUJI ROCK FESTIVAL🇯🇵

정말 덥고 힘들었지만, ‘다들 후지락 후지락 하는 이유가 있군!’←을 느낄 수 있었기에 올해의 페스티벌로 선정하였습니다. 라인업, 음식, 볼거리, 날씨, 낭만 등 모든 게 완벽했기에 100점 드립니다. 내년에 또 가고 싶어서 드릉드릉 하는 중이에요. 아, 진짜 돈 많이 벌어야겠어요.🤑

6. 올해의 공연 : Almost Monday 2024 Dive Tour 내한공연
정말 너무 즐거웠고, 뛰어놀기 즐거운 공연이었어요. 공연 당일은 정말 추운 겨울이었는데도 캘리포니아 해변가에서 뛰노는 기분이었달까요.🌊🏄

5. 올해의 페스티벌 : DMZ 피스트레인 페스티벌🇰🇷

고석정의 평화로운 경치와 한여름이 오기 전 6월의 맑은 날씨가 어우러진 DMZ 피스트레인을 올해의 페스티벌로 꼽고 싶습니다. 정말로 ‘춤을 추고 바라만 봐도’ 즐겁던 시간이었네요. 그중에서도 김수철의 ‘젊은 그대’를 다 함께 부르며 뛰놀던 순간은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6. 올해의 공연 : Noel Gallagher’s High Flying Birds 내한공연

노엘 갤러거 밴드의 오프닝 밴드로 실리카겔이 서는 공연을 보게 되다니, 오래 살고 볼 일입니다. 공연장이 킨텍스였다는 점, 유독 길었던 스탠딩 대기 시간 등 여러모로 힘든 조건(?)에서 봤던 공연이라 더욱 기억에 남기도 하네요.

5. 올해의 페스티벌 : 아시안 팝 페스티벌🇰🇷

비슷비슷해져 가는 국내 페스티벌 라인업에 살짝 질려가던 중 확실한 개성과 신선도가 돋보였던 페스티벌. 페스티벌도 결국 본질은 음악이고 핵심은 라이브 공연이라고 생각하는데, 아팝페에서는 오랜만에 ‘음악이 주는 즐거움’에 충만하게 집중할 수 있었어요. 첫 개최였음에도 미흡한 점 하나 없이 쾌적하게 즐길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부디 계속 개최되길!

6. 올해의 공연 : 쏜애플 단독공연 '불구경'

최애 밴드의 베이시스트가 탈퇴를 발표하고 마지막으로 공연했던 고별 공연. 15년 가까이 밴드 덕질을 해오면서 밴드의 해체나 멤버의 탈퇴를 수도 없이 봐왔지만, 의미 있는 곡만 골라 담은 셋리스트부터 뜨거운 멘트까지 온 마음을 다해 팬들과 멤버들 서로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던 공연은 처음이라 기억에 남아요.

온갖 페스티벌이 쏟아지는 시기에는 무대가 자칫 지루하기도, 그 앞에 서있는 것조차 피로하게 느껴지는데요. 또 요즘 같은 겨울에는 그 현장감이 문득 그리워 한 해 간 모은 페스티벌 영상들을 돌려 보게 됩니다. 생각만 해도 설레는 공연들이 많은 2025년이 곧입니다. 잔상이 콕 박히는,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 공연들을 내년에는 더 많이 보시길 바랄게요.💗☕️

5. 올해의 페스티벌 :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오드리 누나 - 예지 - 페기구, 우리가 사랑하는 교포 언니들(?) 라인업의 금요일 공연을 갔었는데요. 짧고 굵게 너무 잘 즐기다 왔어요. 특히 예지의 매력에 제대로 빠진 페스티벌이었습니다. 갔다 와서 예지 음악을 무한 반복하며 여운에 젖었던 기억이 납니다🌱

6. 올해의 공연 : Sampha (HAVE A NICE TRIP)

Sampha를 보러 갔던 페스티벌이었는데, 기대를 빈틈없이 충족시켜준 무대였어요. 음원과는 또 다른 느낌의 편곡으로 완성한 꿈결같은 분위기가 너무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