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에서 만난 호시노 겐

지난 주말, 호시노 겐의 일본 투어 공연을 보고 왔습니다! 호시노 겐은 최근 6년 만에 새 앨범과 함께 첫 내한 소식을 알리며 한국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는데요. 그전에 먼저 일본 투어 공연을 보기 위해 원정을 다녀왔습니다. 여러 도시에 응모했지만, 삿포로 공연만 당선되어 주말 간 짧게 삿포로에 다녀왔어요.

기대했던 호시노 겐의 공연은 오프닝부터 인상 깊었습니다. 노래를 바로 시작하는 게 아니라, 전광판에 자막과 함께 성우들의 목소리로 호시노 겐 공연을 보러 온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이야기는 사람의 삶과 죽음과 음악에 관한 내용으로, 끝에 “그렇다면 지옥이 뭐가 나쁘겠어”라는 말이 나온 뒤 '地獄でなぜ悪い' 의 전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스테이지 중앙에서 호시노 겐이 솟아오르며 등장했을 때의 흥분감이란!!!

이후에는 'SUN', '喜劇', 'Pop Virus', '恋(Koi)' 등 대표곡을 연달아 했습니다. 호시노 겐 음악엔 재지한 피아노와 트럼본, 트럼펫 등 브라스 악기들이 현란한 기교로 타이트하게 연주되는 곡이 많은데요. 라이브에서도 밴드 세션들의 기교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Koi 때는 코이 댄스를 현란하고 정확하게 추는 중년 여성 관객분이 바로 앞에 있었고, 그 옆에는 귀엽게 따라 추는 커플 관객이 있어 관객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답니다. (내한 공연 전에 코이 댄스 꼭 마스터하길 추천!!!)

공연 중간에는 호시노 겐이 객석 뒤에 한 사람만 설 수 있는 조그마한 무대에서, 통기타 하나로, 아주 잔잔하고 담담하게 가사 한 소절 한 소절 꾹꾹 눌러 담는 목소리로 노래를 이어갔어요. 관객 모두가 숨죽여 감상했습니다. 이후 다시 메인 스테이지에서 새 앨범의 신곡들을 들려줬고, 이영지가 피처링으로 참여한 '2'에서는 이영지가 전광판에 나와 괜히 차오르는 애국심에 더 반가웠네요.

영국 출신의 프로듀서이자 DJ, 싱어송라이터인 프레드 어게인은 2018년부터 에드 시런(Ed Sheeran), 스톰지(Stormzy), 조지 에즈라(George Ezra), 클린 밴딧(Clean Bandit) 등 영국 메인스트림 아티스트들과 작업하며 업계에 이름을 알렸습니다. 특히 2020 브릿 어워드에서 '올해의 프로듀서' 상을 역대 최연소로 수상하며 주목받았어요. 

그러다 2020년부터는 자신의 이름을 건 [Actual Life] 시리즈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솔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프레드 어게인의 음악은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 기반이지만 UK 개러지, 하우스, 앰피언트, 덥스텝, 힙합 등 다채로운 장르에 걸쳐 있는데요. 무엇보다 차별화됐던 특징은 일상 속 목소리와 순간을 재구성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프레드 어게인은 다른 아티스트의 음악은 물론 인스타그램 영상, 페이스타임 통화, 친구들의 음성 메모 등 생활 감각이 묻어나는 다양한 소스에서 샘플을 수집해 곡을 제작했어요. 그렇게 '감정과 서사 중심의 EDM'이라는 새로운 문법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고, 팬데믹 시기의 불확실성과 외로움을 전자음악으로 포착했다며 점차 입소문을 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