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에서 열리는 DMZ 피스트레인 페스티벌의 감초, '분비자(분수대+이비자)'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고석정 공원 분수대 광장에 자리 잡은 SCR 스테이지는 본 이름보다는 앞선 별칭으로 더 자주 불립니다. 더위에 달궈진 몸을 분수에 즉각적으로 식힐 수 있는 곳이기도 하죠. 물론, 호수 공원 같은 큰 분수는 아니고 귀여운 바닥 분수입니다.

SCR 스테이지는 국내 언더그라운드 라디오 플랫폼 ‘서울 커뮤니티 라디오(Seoul Community Radio)’와 협업하는 DJ 스테이지입니다. 2일 이상 진행되는 페스티벌의 경우, 새벽까지 DJ 스테이지를 운영하는 곳이 많은데요. 당연히 SCR 스테이지에서도 파티는 밤새도록 이어집니다. 이곳의 분위기가 마치 파티와 클러빙으로 유명한 스페인의 섬, 이비자만큼 뜨겁다고 하여 관객들로부터 붙여진 이름입니다.

분비자가 특별한 점은 입장 게이트 밖에 스테이지가 위치하여, 근처를 지나가던 사람들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철원 주민들과 페스티벌 관객들이 어우러져 물에 젖는지도 모른 채 함께 춤을 추는 모습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입니다. 이처럼 메인 무대 외에도 다채롭게 서브 스테이지만의 매력을 즐기는 것도 페스티벌을 다채롭게 즐기는 방법입니다.

올해 분비자의 개장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혹여나 이 글을 보고 분비자에 가실 분들은 양말은 꼭 벗고 들어가는 것을 추천할게요!

- 물 흐르듯 살고 싶은 조로록🐳

분홍빛과 재즈 선율로 초여름 올림픽공원을 물들이는 페스티벌, 서울재즈페스티벌 2025(이하 서재페)에 다녀왔습니다.💗 두 에디터가 각각 토요일과 일요일에 다녀왔는데요. 오늘 레터에서는 서재페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공연과 전반적인 분위기를 일자별로 공유해 봅니다. 

완벽한 날씨, 여유로운 무드, 다양한 브랜드 부스와 콘텐츠... 이 모든 것을 뒤로 하고, 돗자리도 챙기지 않고 밥도 먹지 않으며, 이번 서재페는 락페처럼 하드 모드로 즐겼습니다. 팬데믹 이후 역대급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라인업이 알찼기 때문인데요. 좋은 날씨에 추진력을 받아, 만보기 기록 2만 보는 족히 채울 법한 일정으로 8팀을 내리 챙겨보며 부지런히 돌아다녔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공연을 세 팀 꼽아보자면 펜트하우스(Penthouse), 인코그니토(Incognito), 썬더캣(Thundercat)이었습니다. 일단 펜트하우스는 서재페에 입장하자마자 첫 순서로 보게 됐는데요. 도회적이고 풍성한 퓨전 재즈 사운드에 귀가 즐거웠고, 멤버 모두 함박웃음을 띠고 연주하는 모습에 관객들을 싱그러운 에너지로 물들이는 밴드였어요. 혼성 보컬의 음색 합도 아름다웠고, 특히 도입부나 솔로 구간을 장식하는 피아노가 돋보였습니다. 센스 있게 재즈 페스티벌에 어울리는 커버곡 'Fly Me To The Moon', 'September'도 들려줬고, 중간중간 귀여운 안무를 보여주거나, 록페스티벌처럼 다 함께 슬로건을 흔들자고 유도하는 등 여유롭게 분위기를 이끌어갔어요. 이번 서재페에서 가장 발견이었던 밴드였습니다.

인코그니토 때는 노을이 물들며 선선한 저녁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고, 스탠딩존에서는 모두가 자유롭게 춤추며 음악을 음미하는 분위기부터가 완벽했습니다. 소울풀한 보컬, 짱짱한 브라스, 대화처럼 리듬을 주고받았던 퍼커션과 드럼 등 경력이 보장하는 연주 실력도 물론 발군이었지만, 의외로 진한 감동을 남겼던 건 리더 블루이(Bluey)의 진심 어린 멘트들이었어요. "젊은 친구들도 이렇게 라이브를 즐기는 모습을 보니 정말 좋네요. 여러분은 최고의 방법으로 음악을 예찬하고 있는 겁니다" , "AI로는 절대 이런 경험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진짜고, 페스티벌이 진짜입니다" 같은 말들이 울림 있게 다가왔습니다. 락페에서 듣는 김창완 선생님의 말씀처럼 연륜에서 묻어나는 감동이 있었달까요.

헤드라이너였던 썬더캣은 베이스의 신이래도 과언이 아닐 연주를 보여줬습니다. 6현 베이스 위로 현란하게 움직이는, 직접 보고 있는데도 잘 믿기지 않는 연주를 넋 놓고 감상하다 보니 90분이 순식간에 지나갔어요. 공연을 함께했던 드럼, 건반 멤버들의 실력도 수준급이라 무대 위 세 명이 영화 <위플래쉬>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찍는 것 같았습니다. 공연을 보는데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한 긴장감마저 들었네요.

서울재즈페스티벌 셋째 날입니다! 마지막 날이 가장 사람이 많아 보였는데, 그래서인지 오픈 시간이 꽤 지난 후에 여유 있게 도착했는데도 입장 팔찌를 받기까지는 꽤 기다려야 했어요. 꼭 봐야 할 무대가 있다면 한 시간 정도 여유 있게 도착하는 게 안전할 것 같았습니다. 서재페는 늘 그렇듯 페스티벌 맵 목걸이를 받으러 스폰서 부스에 들르기만 해도 알차게 챙겨주는 사은품들로 두 손 무겁게 돌아갈 수 있었어요. 이 외에도 굵직한 부스가 많았는데, 시간 여유가 있는 분들은 부스에서 이벤트 참여하는 재미도 쏠쏠했을 것 같습니다.

사실 기존 라인업에 있었던 벤자민 클레멘타인(Benjamin Clementine)을 가장 보고 싶었는데 취소되어서 아쉬웠지만, 다른 뮤지션들로도 이미 화려한 라인업이었기에 저도 후반부에는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돌아다녔네요. 다미아노 데이비드(Damiano David),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Kings of Convenience), 도영, 갈란트(Gallant), 제이콥 콜리어(Jacob Collier), 타워 오브 파워(Tower of Power)까지 쉴 틈 없이 움직였습니다.

저는 첫 내한이었던 다미아노 데이비드, 솔로로서 처음 서재페를 찾은 NCT 도영, 그리고 마지막 무대였던 전설 타워 오브 파워 무대를 주의 깊게 보았습니다. 특히 다미아노는 서재페에서 솔로로서 첫 공연을 하는 것이었더라구요! 작년 일본 섬머소닉에서 모네스킨(Måneskin)으로 보고 왔지만, 다시 봐도 다미아노의 탄탄한 가창력은 놀라웠습니다. 솔로 앨범은 소프트한 인상이 강했는데 라이브로 들으니 훨씬 폭발력 있었고, 다미아노의 기존 매력도, 새로운 모습도 잘 느껴졌습니다. 짧은 한국어를 적어와서 보여준 것도 귀여웠어요.

도영은 올해 NCT 127 콘서트에서도 보았기에 그룹이 아닌 솔로로서 참여하는 서재페 무대가 더 궁금했습니다. 이번 서재페로 어떤 무대에서도 통할 솔로로서의 내공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솔로곡 뿐만 아니라 서재페를 위해 준비한 셋리스트가 알찼는데요. 재즈풍으로 편곡한 커버곡 'Reality', 곧 발매를 앞둔 앨범의 수록곡을 작업한 김종완, 김윤아, 윤도현의 곡 '기억을 걷는 시간', '스물다섯 스물하나', '박하사탕'을 차례로 들려준 것이 특히나 인상 깊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