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자기 소극장 감성 🎪 / 경계없는 무대와 객석 🙏 / 음료와 함께 즐기는 공연 🍹 

푹푹 찌는 날씨에 자꾸만 에어컨 빵빵한 실내를 찾아 들어가게 되는 요즘.🥵 대동락지도에서는 망원동 끝자락에서 관객을 맞이하는 보석 같은 공간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오늘 함께 살펴볼 곳은 바로 'SPACE SODA 2002(이하 스페이스소다)'입니다.

사실 이곳은 김형수 前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대표님이 차린 공간이기도 한데요. 그래서일까요? 내부 곳곳에서 음악을 향한 애정이 묻어나는 디테일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한편에 놓여있던 수많은 LP들이 탐났답니다…) 아무래도 음악 업계에서 일하셨던 분인지라, 전문적인 공연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고퀄리티의 장비와 음향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공연 관람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실제로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대표님이 직접 음향 오퍼레이터를 담당하신다고 하네요!

공연 외에도 전시, 타운홀 미팅, 페스티벌 등 다양한 행사가 개최되는 스페이스소다. 앞으로도 이곳에서 더 많은 재미난 프로젝트들이 펼쳐져, 덕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공간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 하루하루 최애가 쌓여가는 윤댕🥁

본격적인 페스티벌 시즌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어느새 반소매가 익숙해지고, 주말마다 열기를 품은 스피커가 이 도시 곳곳을 흔들고 있습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여름을 만끽할 계획을 세우고 있을 겁니다. 숨 막히는 더위를 회피하려 누군가는 바다를, 또 누군가는 산을, 그리고 어떤 이는 '소리'를 향해 떠나겠지요.

그 '소리'의 목적지로 매해 수많은 음악 애호가들이 모이는 곳, 바로 후지 록 페스티벌입니다. 이름만으로도 설레는 이 페스티벌은 올해 역시 내로라하는 아티스트들로 그 진가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프레드 어게인, 볼프펙, 뱀파이어 위켄드까지. 대체 불가능한 헤드라이너들이 자리하고 있는 가운데, 나에바 스키장을 찾은 국내 대중들이 간과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은 바로 일본의 로컬 음악 신의 깊이와 밀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흔히 후지록은 글로벌 스타들이 만드는 장대한 파노라마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가장 뜨겁고 진한 울림은 로컬 아티스트들의 무대에서 시작되는 경우도 많죠. 작년을 돌아보자면, 개인적으로는 2019년 첫 출연 후 5년 만에 서브 헤드라이너로 자리한 즛토마요나카데이이노니.의 무대가 굉장히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물론 원래부터 그의 광팬이라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만, 어쨌든 긴 세월을 쌓아 올린 전설이든, 갓 태동한 실험이든, 그 어떤 장르나 이름을 넘어서 후지록이라는 그릇 안에서 자신만의 서사를 펼쳐내는 일본 아티스트들의 존재감은 결코 작지 않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누군가는 그의 이름만으로 여름을 기억하고, 또 누군가는 처음 만나는 그들의 음악 안에서 새로운 감각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페스티벌 무대는 그런 모든 가능성의 교차점이기도 하겠지요. 올해 후지 록 페스티벌을 찾는 이들에게 그런 가능성과의 조우를 주선하고자 올해도 주목할 만한 일본 아티스트를 소개해볼까 싶습니다. 예상 밖의 제이팝 붐이 활발히 전개 중인 요즘이지만, 그 와중에도 재야의 고수들은 여전히 사람들의 관심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올여름, 여러분의 여정에 제가 제안 드리는 이들의 음악을 더해보는 건 어떨까요.

일본음악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아마 한 번쯤은 그 이름을 들어보셨을 텐데요. 상징성으로 보자면 프레드 어게인이나 볼프펙과 같은 헤드라이너만큼이나 무게감 있는 라인업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는 1976년 데뷔 이래 반세기에 가까운 시간 동안 시티팝의 대부로서 일본을 포함한 전 세계인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왔죠. 모타운 스타일의 알앤비와 소울을 기반으로 한 아메리칸 팝을 가져와 ‘재패니스 팝’의 원형을 구축한 그의 업적은, 영원히 빛바랠 기색이 없어 보이는 히트곡들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시대나 트렌드에 영향권을 완벽히 벗어난 대중성이라는 것이 존재하느냐고 저에게 묻는다면, 아마 이 무대가 그 대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번 후지록에서 그를 꼭 봐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 좀처럼 페스티벌에 출연하지 않는 아티스트라는 점입니다. 단독공연의 경우에도 수요가 있음에도 굳이 규모를 키우지 않고, 1,000~3,000명 정도의 공연장을 중심으로 라이브 투어를 진행하며 사운드 퀄리티 등 내실에 집중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죠. 그렇기에 컨트롤 불가 영역이 많을 수밖에 없는 페스티벌을 크게 선호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찾아보니 이러한 록 페스티벌 형태의 이벤트 출연은 2018년 이후 7년 만이더라고요. 내수만으로도 매진이 확정인 티켓 파워, 여전히 스트리밍으로는 들을 수 없는 그의 음악, 여기에 앞으로도 해외 공연 계획은 전혀 없다는 그의 고집까지. 이 모든 것들이 희소성을 더욱 높이는 요소들임에 틀림없습니다.

저는 운 좋게 2014년 <SWEET LOVE SHOWER>에서 그의 무대를 본 적이 있습니다. 정말 제가 본 라이브 무대 중 손에 꼽는 추억으로 남아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싶은데요. 땅거미가 지는 하늘을 배경으로, 완벽에 가까운 연주와 노래가 저의 오감을 뒤흔들던 그때의 짜릿한 감각을 잊기란 도저히 불가능하더라고요. 뭔가 음악적인 쾌감에서 나아가, 내 삶에서 이렇게까지 행복한 순간을 다시 느끼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더불어 예정에 없던 아내 타케우치 마리야가 출연해 듀엣으로 'プラスティック・ラブ(Plastic Love)'를 부르던 모습 역시 아른거립니다.

이번엔 여러분이 이 사치스러운 경험의 주인공이 될 차례가 아닐까 하는데요. 물론 타케우치 마리야가 또 출연하리라 보장하기는 어렵지만, 겹겹이 쌓아 올린 1인 아카펠라 사운드가 영롱하게 울려 퍼지는 'クリスマス・イブ', 애수의 정중앙을 관통하며 잊지 못할 여운을 남길 'さよなら夏の日', 다른 차원의 리드미컬함으로 관객을 무아지경으로 만들 'SPARKLE' 등. 그의 시그니처 넘버만으로도 시간은 한없이 부족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퓨전 재즈나 AOR, 팝 록 등을 기반으로 한 특유의 그루브가 나에바 스키장의 여름밤에 더할 나위 없는 파트너로 자리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 추천곡 

• Sparkle, さよなら夏の日, your eyes

페스티벌에 왔다는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싶다면, 장르에 얽매임 없이 즉흥적으로 자신들의 음악을 구축하는 이 슈퍼 그룹의 출연에도 주목해 봄직합니다. 바로 재즈와 힙합, 소울, 록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3인조 밴드 오발인데요. 베이시스트, 트랙메이커, 프로듀서로서 명망이 높은 싱고 스즈키를 주축으로, 호시노 겐과 요네즈 켄시의 작품을 프로듀싱함과 동시에 존재감 높은 드러머로 활동 중인 마바누아, 아이묭의 파트너로 수많은 곡을 함께 작업한 역시 프로듀서이자 기타리스트인 세키구치 싱고까지. 멤버 모두가 연주자와 지휘자로서의 포지션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이력을 가진 것이 특징이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인스트루멘털을 구사하는 팀이기에 오롯이 연주에 몰입해 감상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이보다 적격인 퍼포먼스가 또 없지 싶습니다. 여기에 지난 앨범 <Still Water>(2024)에서는 시럽과 사라사, 네나시, 최근 EP <Slient Storm>(2025)에서는 키키 등 다양한 스타일의 보컬과 함께 틀에 얽매이지 않은 여러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과연 어떤 게스트 보컬이 이번 후지록 무대에 참여할지도 감상 포인트가 될 것이라 예상되는데요. 어느 정도 누자베스나 니시하라 켄이치로 등이 떠오르는 재즈 힙합의 실루엣도 계승하고 있는 팀이고, 안 그래도 다음 순서가 누자베스 트리뷰트 공연이니 연결해서 보시면 그 감흥이 배가될 것 같네요. 혁신적 음악집단의 밀도 높은 음악 여행, 차분함 속의 역동적인 묘미를 맛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아마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 추천곡 

• Slow Motion Town, Stargazer, Bloom

 👍 추천 라이브 영상 

• Ovall - Stargazer @ONE PARK FESTIVAL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