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엔 드디어 펜타포트 1차 라인업이 공개되었습니다. 공개 전날 밤, 홈페이지에서 먼저 흘려진 헤프닝도 있었는데요. 최정상급 아티스트를 섭외했다는 대대적인 사전 홍보에 기대치가 하늘로 치솟았던 탓일까요😅 해외 아티스트는 생각보다 적어 아쉽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오랜만에 네 번째 내한하는 뱀파이어 위켄드, 서울 출생의 한국계 뮤지션 재패니즈 브렉퍼스트가 기대된다는 목소리도 있었어요. 더 발룬티어스, TRPP 등 주목받는 신진 국내 밴드도 여럿 눈에 띄었습니다. 블라인드 티켓, 얼리버드 티켓은 모두 오픈하자마자 순식간에 매진되며 락페에 대한 사람들의 갈증을 보여줬어요. 저는 티켓팅 실패했는데, 성공하신 분 있나요?

페스티벌, 공연 소식이 많이 들려오는 만큼 놀러 다닐 곳도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LP 유행이 지속되며 발길이 느는 LP바, 레코드샵도 그렇고요. 소규모 라이브 클럽도 다시 활기를 띠고 있죠. 오늘 <공연 덕후 연구소>에서는 페스티벌 라이프 팔로워들이 직접 엄선한 음악이 있는 장소들 정리해뒀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꼭 확인해보세요!

• 클럽FF (라이브 클럽, 서울 마포구)
  오직 라이브 클럽에서만 느낄 수 있는 날 것의 맛이 있습니다. 꼭 좋아하는 밴드 공연이 아니더라도 한 번은 가봐야 해요.  
• 언더그라운드 (바, 서울 마포구)
  돈 없는 대학생이 힙합 들으면서 가볍게 술 한 잔 할 수 있어요.
• 도프레코드 (레코드샵, 서울 마포구)
  구하기 힘든 앨범까지 짱 많다!
• Brownsoulseoul (힙합 뮤직클럽, 서울 마포구)
  R&B 러버들의 성지.
  
• 번라운지 (시가바, 서울 용산구)
  오후 8시가 되면 5$로 라이브 재즈와 시가, 그리고 위스키를 즐길 수 있어요.
• 신도시 (바, 서울 중구)
  날마다 장르는 다르지만 앰비언트, 다운 템포 일렉트로니카 등을 아주 몽환적으로 잘 틀어줘요.
• 뮤추얼사운드클럽 (바, 서울 종로구)
  펑키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모던 센츄리 느낌의 칵테일바.
• 버텀라인 (재즈 클럽, 인천 중구)
  40여 년의 역사를 가진 국내 3대 재즈클럽 중 한 곳.
• 더바이닐 (LP카페&바, 인천 중구)
  카페 겸 바라 술을 마시지 않고도 부담 없이 음악을 즐길 수 있어서 좋아요.
  
• 근정전 (LP바, 경기 이천시)
  진짜 LP로 트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
• 블루노트 (LP바, 전남 순천시)
  지방의 LP바. 사장님이 친절하시고 분위기에 맞는 선곡이 좋아요.
• 망미블루스 (LP바, 부산 수영구)
  나만의 아지트 같은 장소.
• 노브나인 (바, 부산 부산진구)
  음악도 향기도 칵테일도 기가 막힘. 

🧐 에디터 코멘트

• Eric Clapton - Tears in Heaven
  먼저 떠나버린 아들에게 보내는 아버지의 노래. 곱씹어 들을수록 울컥해지는 사랑이 느껴져요. - qwerty
• Alec Benjamin - If We Have Each Other
  누나에게 쓴 곡. 가사도 그렇지만 제목만 들어도 형제자매에게 갖는 애틋함 같다.
• Imagine Dragons - Wrecked
  원래도 좋아하긴 했는데 일찍 떠난 가족을 위해 쓴 노래라고 해서 더 기억에 남게 됐어요ㅠ -댄
• Joni Mitchell - Both Sides Now
  영화 ‘코다’에서 주인공이 청각장애인인 가족을 위해 수어와 함께 부르는 노래예요. 가사 자체는 가족과 크게 상관없지만, 그 장면이 너무 인상적이었어서 가족과 관련된 노래로 꼭 떠오릅니다.
• 이승환 - 가족
  제목부터 노골적이죠 가사를 보다 보면 누구든 공감할 것 같은..
• Ed Sheeran - Visiting hours
  ‘천국에도 면회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가사로 시작하는 노래. 노래 가사를 듣고 울컥했던 게 정말 오랜만이었어요. -Ash
• 보수동쿨러 - 구름이
  멤버의 반려견 ‘구름이’를 떠나보내며 쓴 곡으로, 가사 첫말부터 그 상황이 그려집니다. - 샛별

진짜 내 이야기는 말이야 💬

얼핏 보면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 같지만

그 속에는 진짜 ‘나’의 이야기가 담긴,

같은 제목의 다른 두 노래

프랑스의 프로듀서이자 DJ 마데온의 'All My Friends'입니다. 앨범 커버의 전체적인 색감처럼, 노래에서도 푸르른 산뜻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볍고 상쾌한 분위기와는 달리 가사는 진중함을 담고 있습니다. 마데온은 11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음악 활동을 시작했는데, 그만큼 모두가 자신에게 기대하는 상황을 친구들의 시선에 빗대어 표현합니다. 친구들의 시선을 통해 그가 가지고 있는 부담감, 고민, 고뇌를 이야기합니다.

🎧 동명이음 감상 포인트

#분위기 – 두 각도에서 즐기는 상쾌함

두 노래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공통점은 상쾌한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상쾌함이 주는 분위기가 약간씩 다릅니다. 마데온의 노래는 산뜻한 상쾌함을 줍니다. 마치 빨래를 다 마친, 보송보송한 이불 위에서 산뜻한 기분으로 노래를 듣는 것 같습니다. 반면 AJ 미첼의 노래에서는 산뜻함을 넘어 청량한 상쾌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트로피컬 하우스 장르의 느낌을 가득 주며 무더운 여름, 시원한 탄산음료를 들이켜는 것과 같은 상쾌한 청량감을 느끼게 합니다.

#가사 – 친구들을 통해 보는 나의 이야기

두 노래 모두 친구들을 언급하며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야기합니다. 마데온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을 ‘친구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가사로 표현합니다. 그가 어린 시절부터 음악 활동을 해오며 느꼈던 부담감과 고뇌를 이야기합니다. 친구들의 시선을 통해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 듯합니다. 반면 AJ 미첼의 경우, 친구들을 통해 옛 연인에 대한 그리움을 독백합니다. 현재 자신을 제외한 모든 친구들은 사랑을 속삭이고 있으나, 자신은 결국 옛 연인을 그리워하며 쓸쓸함을 전하고 있습니다. 자신과 친구들의 대비되는 상황을 통해 옛 연인에 대한 그리움을 부각합니다.

책을 쓸 때, 작가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잘 전달해 줄 수 있는 효과적인 전달자를 설정하곤 합니다. 음악도 마찬가지입니다. 아티스트는 가사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을 선정합니다. 오늘 다룬 두 노래 또한 ‘나’의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친구들’을 언급한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죠.

이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아티스트가 가사를 어떤 시점에서 풀어나갔는지 찾아보는 것도, 음악 감상의 큰 재미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 11년 차 해외 음악 마니아 짐밈💽

칸예와 아디다스, 트래비스 스캇과 나이키, 에이셉 라키와 반스까지… 래퍼와 스니커즈 브랜드의 협업은 그 래퍼가 얼마나 핫한지에 대한 하나의 척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콜라보의 시발점은 어디였을까요? 바로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 아디다스 슈퍼스타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Run-D.M.C.입니다.

Run-D.M.C.가 활동을 시작한 1980년대 초중반, 힙합은 지금과 달리 대중성과는 거리가 먼 매니악한 장르였습니다. 힙합 음악과 패션은 하나의 서브컬처로서 작은 커뮤니티 속에서 비교적 조용히 소비되고 있었습니다. 이때 힙합 커뮤니티에서 유행하던 주요 트렌드 중 하나는 스니커즈의 신발끈을 다 뺀 채로 신는 것이었습니다. 교도소에서 수감자들이 목을 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신발끈을 모두 압수하는 규정에서 착안한 것이라고 하네요.

하지만 이를 언짢게 여긴 Run-D.M.C.의 동네 주민 한 명이 그러한 트렌드를 ‘범죄자 신발’이라고 칭했습니다. 자신들의 문화를 멸시하고 사람을 겉으로만 판단하는 시선에 분개한 Run-D.M.C.는 곧장 'My Adidas'라는 노래를 만들어 공개했습니다. 좋아하는 아디다스(대표적으로 슈퍼스타)를 신고 인생을 열심히 살며 힙합 씬, 나아가 메인스트림에서도 성공을 거둔 이야기를 희망찬 가사에 풀어냈습니다.

이 노래가 수록된 3집 [Raising Hell]은 대성공을 기록했습니다. 이후 Run-D.M.C.는 공연에서 'My Adidas'를 부를 때 관객들에게 종종 “운동화를 벗고 높이 들어 올려!”라고 요청했고, 몇만 명의 관중이 머리 위로 아디다스 스니커즈를 치켜올렸습니다. 이 광경을 공연장에서 직접 본 아디다스 관계자들은 결국 Run-D.M.C.와 백만 달러짜리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전무했던 힙합 뮤지션과 스포츠 브랜드의 협업은 결과적으로 대성공을 넘어서서, 하나의 문화적 상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Run-D.M.C.는 아디다스와의 파트너십을 이렇게 회고합니다. “아디다스와의 관계는 저희 문화를 합법화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그전엔 힙합은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졌죠. 하지만 아디다스는 이미 대중에게 인정과 존경을 받은 브랜드였으니, 그들과 함께 일함으로써 저희가 뒷골목에서 메인스트림으로 진출할 수 있었던 겁니다.” 지금처럼 힙합이 빌보드 차트에 많은 시대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그만큼 Run-D.M.C.와 거대 스포츠 기업의 계약은 선구적이었고, 힙합 뮤지션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얘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의 초석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출처: MR PORTER, GQ, BEATS, RHYMES & LISTS, THE FRESH PRESS BY FINISH LINE, sole collector